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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여성들도 동병상련… ‘82년생 김지영’ 일본 서점가 돌풍

일본에서 최근 출간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표지.


아마존재팬에 올라온 부정적인 독자 리뷰. 한국 남성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리뷰에는 "이 책 때문에 한국에서 남녀혐오 문제가 생겼다"고 쓰여 있다. 아마존재팬 홈페이지 캡처


한국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 인기몰이에 나섰다. 지난 8일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현지 최대 온라인서점 아마존재팬의 아시아문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고, 출간 나흘 만인 12일 3쇄 인쇄에 돌입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4일 작가 조남주의 심층 인터뷰를 게재했다.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일본 독자들의 반응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일본 출판사 치쿠마쇼보(筑摩書房)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3쇄 인쇄 소식을 전하면서 “이렇게 빠른 중판(重版)은 거의 없는데, 감개무량합니다. 품절로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서둘러 인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몇몇 한국 드라마와 케이팝(k-pop)을 제외하면 한국의 문화상품이 먹히지 않는 일본에서 소설 한편이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이례적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일본 내 인기의 배경에는 일본 내 뿌리 깊은 성차별이 꼽힌다. 특히 올 들어 성차별과 관련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일본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덕분이다. 올해 일본에선 재무성 차관의 여기자 성희롱 사건과 그동안 외면 받았던 ‘일본판 미투운동의 시초’ 이토 시오리 사건이 재조명됐다. 일본 의과대학들이 입시에서 조직적으로 여성 수험생을 차별한 게 발각돼 사회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책이 발간된 직후라 일본 문학계에서 공식적인 비평은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존재팬에 올라온 독자 리뷰나 소셜미디어의 반응은 뜨겁다. 이곳에 올라온 리뷰들도 사람들의 관심을 부추기는 요소 중 하나인 셈이다.

독자들은 리뷰에서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여서 책 내용에 매우 공감했다” “여성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하는 등 추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15일까지 아마존재팬에 실린 독자 리뷰 속 별점(만점 5개)은 별 5개 15건, 4개 1건, 1개 6건으로 평균 3.8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 책을 깎아내리면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표현한 리뷰도 존재한다. ‘쓰레기 소설’ ‘피해망상의 극치’ 등 일부 극단적인 평가도 있다.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독자는 “일본인 여러분에게 사죄한다. 이런 화장실 휴지도 되지 않는 책을 일본에 판매하다니”라고 썼다. 일부 악의적 리뷰가 문제가 되자 아마존재팬은 16일 “몇 가지 이유로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게시판이 자칫 극단적인 비방의 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일본 내 관심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쓰여진 한국 여성 작가 소설의 일본 내 출판 열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혜진의 ‘딸에 대하여’는 오는 19일 일본에서 첫 출간되고, 내년 2월엔 한국 여성 작가 7명의 페미니즘 소설을 모은 ‘현남 오빠에게’ 등이 나온다. 한강, 김애란, 정세랑, 황정은 등 한국 여성 작가들의 소설도 내년에 줄줄이 번역돼 나올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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