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옥죄기 나선 美… 2인자 최룡해 등 3명 제재 대상에 추가

미국이 10일(현지시간)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왼쪽부터)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AP뉴시스·노동신문


미국 재무부가 ‘인권 유린’을 이유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 등 북한 정권 핵심 인사 3명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전격 지정했다. 이번 제재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와 관련해 단행한 첫 제재 조치다.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자 미국이 비장의 카드였던 인권 문제를 꺼내든 것이다. 고강도 옥죄기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다시 끌어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미국의 기대와 정반대로 북한이 강경하게 나설 경우 북·미 관계가 얼어붙을 가능성도 크다.

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지속적이고 심각한 인권침해와 관련해 최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재무부는 최 부위원장이 당·정부·군을 통솔하는 북한의 ‘2인자’라고 명시했다.

이들 3명은 미국이 이미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조직의 수장이어서 제재 대상에 추가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 부위원장은 북한 최고 검열기관인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국가보위성·선전선동부는 미 정부의 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다.

최 부위원장이 이끄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사실상 북한 전 주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진 부서다. 정 국가보위상은 정치범수용소의 고문, 강제노동, 성폭행 같은 심각한 인권 유린에 관여하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보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사상 검열, 인민 교화 등을 맡고 있는 선전선동부를 책임지고 있다.

이번 제재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4번째 제재다. 2016년 7월 1차 제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개인 15명과 기관 8개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2017년 1월 2차 제재에는 김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포함됐다. 이번 4차 제재로 북한의 제재 대상은 개인 32명, 기관 13개로 불어났다.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북한은 미국과 교역이 없어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제재 대상 지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2016년 2월 서명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른 것이다. 이 법은 국무장관이 180일마다 북한의 인권 실태와 관련한 보고서를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3차 보고서 이후 1년2개월 만에 제출됐다. 북·미 관계가 화해 무드를 맞으면서 국무부가 보고서 제출을 미뤘던 것이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제출한 북한의 인권유린 관련 보고서에 최 부위원장 등 3명의 이름이 올랐고, 재무부는 이에 기초해 제재를 단행한 것이다.

국무부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불법 콘텐츠 유입을 검열·통제하는 3개 ‘상무조’(일명 그루빠)도 인권유린 조직으로 지목했다.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요원들로 구성된 ‘109 상무조’의 인권 침해가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영장 없이 집을 수색할 권한이 있고, 불법 CD 등을 소지하다 적발된 주민은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경우 공개처형당할 수도 있다고 국무부는 설명했다. ‘118 상무조’는 컴퓨터 콘텐츠 검열을 맡고 있다. ‘114 상무조’는 불온 콘텐츠 유입을 단속하면서 장마당과 중국 내 탈북자를 감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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