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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퍼스트… 지구를 위대하게… 유럽에 트럼프 슬로건

한 여성이 8일(현지시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구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가 최근 유럽 곳곳에서 줄곧 사용되는 정치 구호로 떠올랐다. 유럽의 극우 지도자들은 반(反)이민·이슬람 성향의 이런 캐치프레이즈 차용하기를 즐기고, 진보 성향 인사들은 트럼프를 비꼬거나 조롱하는 의미로 이들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8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지지자 수만명과 함께 취임 6개월 기념집회를 열었다.

집회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이탈리안 퍼스트(Italian first)’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이탈리안 퍼스트’는 살비니 장관과 소속정당 ‘동맹’의 정치 구호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아프리카 난민들 대신 이탈리아 국민을 먼저 챙기겠다는 의미다. 동맹은 지난 3월 총선에서 이 구호를 앞세워 승리했다.

폴란드에서 같은 날 열린 시위에선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Make our planet great again)’라는 플래카드가 등장했다. 환경운동가와 농부, 시민 등으로 구성된 다국적 시위대는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현장을 향해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파리기후협약(파리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국제사회의 동력이 떨어지자 트럼프 구호를 빗대 시위대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복스는 지난 2일 ‘스페인을 다시 위대하게(Make Spain Great Again)’ 구호를 앞세워 안달루시아주의회 지방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주의회에 입성했다. 확보한 의석만 12석이다.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정권을 경험한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주의회에 입성한 것은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복스는 반이민 반이슬람 정당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유럽만의 현상이 아니다. 중미와 남미에서도 ‘트럼프 동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내년 1월 취임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대선에서 ‘브라질을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Brazil great)’는 구호를 앞세웠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을 위대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친미·친시장 정책을 내세웠다. 아예 자신을 ‘브라질의 트럼프’라고 불렀다. 또 총기 규제 완화를 제시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내뱉으며 인기를 끌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 퍼스트’를 내세웠다. 그는 좌파 성향이지만 자국우선주의 성향이 강해 ‘멕시코의 트럼프’로 불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에서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상황을 반기고 있다. 트럼프는 8일 트위터에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대를 언급하며 “시위대가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 외쳤다”고 썼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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