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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최고의 아버지… 브로콜리 질색” 찬사·유머 넘친 國葬

미국 전현직 대통령 부부들이 5일(현지시간) 제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장례식이 열린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고인의 평생 친구 앨런 심슨(오른쪽) 전 상원의원의 농담 섞인 추모사를 들으며 웃음 짓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 미셸 여사,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AP뉴시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아버지 추모사를 낭독하다 눈물을 참기 위해 고개를 떨구고 있다. AP뉴시스


“아버지가 그리울 겁니다. 당신의 품위와 진심, 친절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아버지 부시’의 장례식에서 추모사를 읽던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당신은 아들과 딸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아버지”라는 말을 힘겹게 마치고 고개를 숙였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관을 한 번 두드린 후 자리로 돌아가 눈물을 닦아냈다.

제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 W 부시의 장례식이 5일 오전 11시(현지시간)부터 2시간15분간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거행됐다. 부시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은 숙연했지만 찬사와 유머도 함께했다. 사이가 좋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들도 이날만큼은 장례식장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아 고인을 기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그는 “역사는 아버지를 위대한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할 것”이라며 “그는 비길 데 없는 외교력을 지닌 대통령, 엄청난 업적을 이룬 최고 사령관, 명예와 위엄을 지키는 신사였다”고 회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아버지는 남을 섬기는 사람의 영혼은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알았다”며 “그는 천 개의 불빛(a thousand points of light) 중 가장 밝은 빛”이라고 말했다. 천 개의 불빛은 1988년 고인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 수락연설에서 수많은 민간 봉사단체들을 언급하며 사용한 표현이다. 아버지 부시는 이후 여러 자리에서 봉사와 희생을 의미하는 ‘천 개의 불빛’ 단어를 썼고,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돼 왔다.

부시 전 대통령은 슬픔 속에서도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다. 그가 “아버지는 우리에게 완벽에 가까웠지만,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며 “그의 골프 쇼트게임은 형편없었고, 무대에서 모습은 프레드 아스테어(미국 유명 무용가·가수)와 정반대였다. 특히 브로콜리를 못 먹는 식성은 우리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말하자 추모객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아버지의 생전 유쾌했던 성격을 생생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는 85살에 쾌속정으로 대서양을 가로질렀고, 90살 때는 낙하산을 펴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고 회고했다. 고인이 입원했을 때 절친한 제임스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병실에 몰래 들여온 보드카를 마셨던 일화도 공개했다.

미 언론은 아버지 부시의 장례식에 대해 “전체적으로 매우 부시 같았다(Bush-like)”고 표현했다. 고인이 생전 야당 의견을 경청하고 온건하게 대했던 것을 빗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현직 대통령뿐 아니라 당을 초월해 수많은 정치인들이 한데 모인 이 자리는 미국이 수호해온 민주주의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줬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의 정치적 통합이라는 선물을 남기고 떠났다”고 했다.

11년 만에 국장(國葬)으로 치러진 이번 장례식에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버락 오바마,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부부 모두 참석했다.

장례식장에 가장 늦게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와는 악수를 나눴지만, 2016년 대선에서 경쟁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클린턴 전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했다. 미국 언론은 “트럼프는 여전히 혼자였다”고 썼다.

장례식이 끝난 후 부시 전 대통령의 시신은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실려 그의 고향인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겨졌다. 6일 오전에는 시신이 안치된 세인트마틴 성공회 교회에서 시민 1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행사가 열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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