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단독] 靑 직원들, 강대국 앞 자존심 지킨 ‘고려 외교’ 열공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떠난 가운데 청와대에서는 직원들의 공부 모임인 상춘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는 이익주 서울시립대 국사학과 교수가 ‘고려 외교에서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고려가 약소국이었음에도 사대주의에 머물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힘이 센 나라 앞에서 자존심을 지켰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현재 우리가 고려의 외교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번 상춘포럼은 7번째 모임으로 지난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됐다. 청와대 직원들의 추천에 따라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포럼 강연자로 초빙되는데, 이번에는 고려사를 전공한 사학자로 한국역사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가 초청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관계를 포함한 국제 정세와 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교수를 추천한 직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강연에서 “한국이 약소국이라는 점을 인정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이 강대국인 적은 거의 없었다.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며 “약자 입장에서 외교를 해야 하지만 국민들 정서는 대등한 외교를 원한다. 정부는 이런 국민을 설득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사대주의가 동아시아의 보편적 국제질서였던 시절에 고려는 오히려 사대의 칼자루를 쥐고 강대국 앞에서 자존심을 지켰다. 이 교수는 고려가 그러했던 것처럼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정부가 명분을 챙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외교적 측면에서 강대국은 무모하게 자기 이익을 앞세운다. 중국과 미국이 딱 그렇다”면서 “한국과 같은 약소국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국면을 만들어내려면 명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의 이익을 보편적 가치와 결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화와 동북아 안정이라는 가치와 국익을 엮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서되 보다 세련된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이날 청와대 직원 443명 중 330여명이 포럼에 참석해 1시간10분간 강연에 귀 기울였다. 대통령 순방을 수행한 비서진을 제외하면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모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실 직원들이 순방 때문에 강연을 듣지 못한 게 아쉬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춘포럼에는 건축가 승효상씨,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씨, 송호근 서울대 교수, 이금희 전 KBS 아나운서 등이 강연자로 나섰다.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부터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교 전문가가 초청되고 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