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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최루가스… 들끓는 美

생후 5개월 된 온두라스 아기가 26일(현지시간) 멕시코 티후아나의 임시대피소에서 호흡기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포함된 이민자들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한 미국 정부는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AP뉴시스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을 향해 최루가스를 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민자 자녀 중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최루가스를 쏘는 행위는 비인도적 처사라는 것이다.

발단은 맨발에 기저귀를 찬 채 울면서 최루가스를 피해 달아나는 온두라스 여자아이의 사진이었다. 로이터통신 사진기자 김경훈씨가 25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찍은 이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김씨는 “내 사진은 티후아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줬다”고 WP에 말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톰 페레스 민주당 국가위원장은 트위터 글에서 “어린이들에게 최루가스를 쏘는 것은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며 “우리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인도 “어린이들이 폭력과 마주했다”며 “미국은 희망과 자유의 땅이다.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생화학무기 전문가 앤서니 코더스먼은 “지금까지 어린이에게 최루가스를 쏜 기록은 거의 없다”며 “미국이 선례를 세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루가스에 노출된 어린이들이 심한 폐렴 증상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루가스 발포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아주 거친 사람들이 달려들었기 때문에 최루가스를 사용한 것”이라며 “그 가스는 매우 약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누구도 불법으로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멕시코 이민청(INM)은 미국·멕시코 국경을 불법으로 넘으려던 온두라스 출신 이민자 98명을 체포한 뒤 추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는 이민자들의 월경 시도를 부추긴 주동자들도 추가 체포할 방침이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도 티후아나 산이시드로에 설치된 국경 펜스를 넘으려고 한 이민자 69명을 체포했다.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은 “일부는 펜스 훼손을 시도했고 CBP 요원들에게 돌을 던지기도 했다”며 “누구든지 미국의 주권을 위협하면 엄격한 법 집행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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