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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복구 난항… 완전 정상화 일주일 이상 걸릴 듯

전날 화재가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25일 KT 직원들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서영희 기자




전화선·광케이블 모두 불타 금융·통신 서비스 마비
25일 90% 이상 복구 목표 차질… KT·소방당국, 합동 현장조사


정부와 KT는 서울 서북권 통신망을 마비시킨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고 이틀째인 25일 통신망을 복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작업이 늦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데이터 통신과 IPTV(인터넷TV) 등 통신 서비스는 대체 통신망을 활용해 늦어도 26일까진 대부분 복구할 예정이지만 불에 탄 광케이블과 전화선, 통신구까지 완전 복구하는 데는 1주일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15년 새 가장 긴 통신장애에 빠진 것이다.

25일 KT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12분쯤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영등포구에서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KT와 경찰, 소방 당국은 이날 통신 대란의 불씨가 된 KT 아현지사의 지하 통신구(통신 케이블 부설용 지하통로)에 대해 합동 현장조사를 벌였다. 먼저 육안으로 화재 현장을 살펴본 뒤 26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2차 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지하 통신구 150m 중 약 79m가 소실됐다”고 했지만 화재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피해 복구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KT는 사태 수습에 난항을 겪고 있다. KT는 화재 당일인 24일 전체 통신망의 70%, 25일 아침 90% 이상을 복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5일 정오쯤엔 이날 자정까지 전체 90% 이상을 복구하는 것으로 목표치를 낮췄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어제 통신망 복구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소방청이 안전상의 이유로 접근을 막아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KT는 25일 오후 6시 기준 인터넷 회선은 97%, 무선 통신망은 63% 복구했다.

이번 통신 대란은 24일 오전 11시쯤 아현지사 지하통신관에 불이 나면서 시작됐다. 불은 관 속의 광케이블·동케이블 150m를 타고 약 80억원에 이르는 전화선 16만8000회선과 광케이블 220뭉치를 태운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과 IPTV, PC 등을 잇는 ‘혈관’인 광케이블이 끊기자 일대 금융·통신 서비스는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불은 화재 신고가 접수된 지 10여시간 만인 오후 9시30분쯤에 꺼졌고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번 통신 대란은 화재가 일어난 아현지사가 소규모 지사로 분류돼 손실이 더 컸다. KT는 통신 케이블이 집중되는 허브 역할을 하는 지사를 전국에 56개 두고 있다. 정부는 중요도에 따라 지사를 A부터 D등급으로 분류하는데, 아현지사는 관할 범위가 좁고 중요도가 가장 떨어지는 D등급에 속한다. 전국 D등급 지사 27곳은 따로 백업(예비) 회선을 둘 의무가 없어 케이블 장애가 발생했을 때 대안이 없다.

KT는 이날 앞으로 비슷한 재난 발생 시에는 타사 케이블을 임시로 빌려 쓰는 방안을 정부 및 사업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통신망이 끊겼을 때는 SK브로드밴드나 LG유플러스의 케이블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방안은 각 업체의 고유 자산인 케이블을 공유하자는 뜻이라 현실성은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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