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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멕시코, 캐러밴 떠넘기기

 
미국과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머물고 있는 중앙아메리카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 5000여명의 최종 도착지를 두고 양국이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망명이 승인될 때까지 이민자들이 계속 멕시코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차기 멕시코 정부는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남쪽 국경의 이민자들은 그들의 요구가 승인될 때까지 미국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모두 멕시코에 머물 예정”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이어 그는 “합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만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앞서 멕시코 정부가 망명 신청 심사기간 중 이민자들을 멕시코에 머물도록 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12월 1일 출범 예정인 차기 멕시코 정부의 내무장관 올가 산체스는 성명을 내고 “양국 간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며 “우리의 관심사는 이민자들이 멕시코에 머무는 동안 원만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방침은 망명 승인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이민자를 미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이민법과 충돌하기도 한다. 일명 ‘잡았다가 놔주기(Catch and Release)’로 불리는 현재 관행도 유효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리 겔런트 미 시민자유연맹(ACLU) 변호사는 “멕시코에 고립된 이민자들은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주와 국경을 맞댄 멕시코 티후아나는 밀려드는 이민자 행렬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유엔에 도움을 청했다. 후안 마누엘 가스텔룸 시장은 “인도적 위기에 봉착해 유엔난민기구에 지원을 요청했다”며 “우리 시가 갖고 있는 공공자원으로 이 상황을 버텨낼 수 없다. 멕시코 연방정부도 거의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티후아나에서는 5000명가량을 수용할 임시 숙소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민자 수백명이 화장실 한 곳을 나눠 쓰는 등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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