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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탄핵’ 공 받은 김명수 대법원장 온종일 “… ”

김명수 대법원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최현규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한 탄핵 검토가 필요하다고 결의하면서 법원 내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법관대표회의는 20일 ‘재판독립 침해 등 행위에 대한 우리 의견’ 전자공문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전달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까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침묵했다.

전날 법관 탄핵안이 10표차로 가결되자 판사들 사이에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투표 결과 투표 인원 105명 중 찬성 53표, 반대 43표, 기권 9표였다. 가결 기준은 출석 인원 과반의 찬성이다. 사실상 1표 차이로 가부(可否)가 갈린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법관대표회의 결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회의 당일 열린 만찬에서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이 끝까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사법농단 의혹 해소를 위한 수사 촉구, 미공개 문건 공개 요구 등은 법관대표회의가 김 대법원장에게 ‘건의’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단순 의견 전달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 대법원장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의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판사는 법관대표회의 결과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에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할 권한만 있다”며 “사법부 내 공식기구인 법관대표회의를 통해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판사도 “탄핵은 국회의 권한”이라며 “이에 관해 사법부가 의견을 내서 사실상 촉구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은 절차적으로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법관대표회의가 소장 판사들 위주로 구성돼 있어 한쪽으로 치우쳐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재적인원 119명 중 지방법원 부장판사급 이상은 52명, 이하는 67명이다. 또 다른 한 부장판사는 “법관대표회의가 결의해온 민감한 안건들 중 과반을 겨우 넘긴 안건들이 많았다”며 “법관 탄핵안의 경우도 진정한 과반인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가결을 환영하는 판사들도 적지 않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초유의 사법농단 의혹 사태에서 법관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대표 법관으로서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특정 판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정황이 언론보도를 통해 드러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단독판사는 “사법부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간지대에 있던 판사들이 찬성에 표를 던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가 뜻을 모으자 국회는 즉각 반응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법관 탄핵소추는 국회가 적극 검토해서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최고위원도 “적어도 대법원에서 스스로 징계하려 했던 권순일 대법관 등 13명 정도의 법관들은 누가 봐도 탄핵 사유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판사들이 정치적 행위를 하려면 법복을 벗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가현 심희정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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