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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3만2000명이 10년 넘게 기초수급자, 원인 파악도 못하는 정부




1인당 국민소득(GNI)이 3만 달러(약 3379만원)를 넘었지만 일부 국민에게는 남의 나라 얘기다. 10년이 넘도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세인 청년(20∼39세)이 3만2000여명에 달한다. 돈을 벌면서도 기초수급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청년 역시 10만명이 넘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정책이라는 수단을 쥔 정부는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진단이 부실하니 ‘맞춤형 해법’을 찾기도 힘들다.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정부 정책이 가난의 대물림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회 예산정책처의 ‘계층별 사회보장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으로 전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149만5531명에 이른다. 생계급여를 비롯한 10가지 기초생활보장 관련 지원사업 중 하나라도 혜택을 받는 이를 망라한 수치다. 연령별로 보면 경제활동이 둔화되는 중장년층(40∼64세)이나 노년층(65세 이상)이 97만250명(64.9%)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다만 한창 일할 나이인 청년층 비중도 적지 않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14만9773명(10.0%)은 청년층이다.

이를 단기적 현상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장기 수급자가 많기 때문이다.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청년 가운데 21.7%(3만2537명)는 10년 이상 수급자 딱지를 붙이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은 전체 소득자 중 중간소득인 ‘중위소득’보다 소득이 현저히 적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생계급여는 중위소득 기준 하위 30%, 의료급여는 하위 40%에 지급하는 식이다. 가령 1인 가구이면서 생계급여를 받으려면 월 소득이 올해 기준으로 50만1632원 이하여야 한다. 최저임금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월급을 벌며 저소득의 늪을 탈출하지 못하는 청년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이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지만, 그 이유나 원인을 살펴보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청년 가운데 4만8623명 정도를 근로가 불가능한 ‘무능력자’로 판단하고 있다. 이 통계를 바탕으로 장기 수급자 중 상당수가 근로 무능력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는 수준이다.

무능력자로 분류되지 않은 청년(10만1150명)이라고 쉽게 가난을 탈출하는 것도 아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소득 하위 20%의 월평균 소득 증감률은 뒷걸음질을 안 치면 다행인 수준이다. 2016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9분기 가운데 6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지난해 2분기에 한 차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부실한 현황 파악이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복지부는 올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탈수급’을 지원하는 데 예산 828억8300만원을 편성했었다. 내년에도 780억900만원을 투입한다. 하지만 달라질지는 미지수다. 예산정책처는 “장기 수급자 실태조사를 해서 근로능력 유무, 개인·가구 특성을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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