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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은 거창한데… 재원조달 계획도 없는 ‘커뮤니티케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커뮤니티케어 기본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지훈 기자




노인과 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숙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별도의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돌보는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 돌봄)가 본격 추진된다. 정부는 1단계 사업으로 ‘노인 대상 커뮤니티케어’ 구상을 발표했지만 재원 조달 계획은 물론 지역주민 반발 등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하지 못해 출발 전부터 우려를 사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1단계: 노인 커뮤니티케어)’을 발표했다. 커뮤니티케어는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국정 전략의 일환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주거 및 의료 지원을 지역사회 안에서 제공하는 게 목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의 경우 지금은 요양병원을 직접 찾아가야 하지만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되면 집에서 방문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선 이 제도가 이미 시행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케어의 첫 대상은 노인이다. 7년 뒤인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다’는 노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차원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규 공급되는 노인 공공임대주택 4만여 가구를 여러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는 ‘케어안심주택’으로 확보하고 집안 내 낙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27만 가구의 집을 개조하겠다고 밝혔다. 골절로 인한 노인 의료비가 해마다 1조원이 넘어 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간호사의 방문의료를 올해 110만 가구 125만명에서 2025년 346만 가구 390만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요양보험으로 돌보는 노인 비율을 현 8%에서 2025년 11%까지 늘린다는 구상도 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에 맞게 세부 사항을 조정할 수 있다.

지역사회가 돌봄 문제를 책임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현 정부는 커뮤니티케어에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접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정을 어떻게 확보할지 부분이 기본계획에 빠져 있다. 당장 내년도 관련 예산(80억7600만원)을 배정했지만 추후 소요될 예산 등은 추계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는 지난 15일 기자단 사전설명회에서 재정 추계를 묻는 질문에 “집계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변수를 알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재정을 어디에서 조달할지는 후속적으로 연구할 과제”라고 했다.

추진 계획도 치밀하지 못해 보인다. 복지부는 시·군·구 2곳에서 정신질환자와 노숙인 대상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며 내년 예산에 각각 3억1000만원, 8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향후 발표할 기본계획에선 정신질환자 대상 사업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며 제외했다.

사회적 약자가 거주하는 공동주택이 들어설 경우 해당 지역 주민이 반발하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는 내년 정부 예산안 예비심사 검토 보고서에서 “이들(사회적 약자)의 주거공간이 지역주민의 거부 없이 지역공동체에 수용될 수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장애인(주택)의 경우 일부 지역에서 (거부)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일단 1단계는 노인을 대상으로 하니 (지역주민 거부감 부분은) 나중에 얘기하겠다”고 했다.

커뮤니티케어를 둘러싼 여러 직업군의 역할을 나누는 데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개원병원과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등은 모두 자신이 커뮤니티케어 서비스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간호조무사들은 최근 ‘커뮤니티케어 간호조무사협회’를 발족하고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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