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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삶의 추억 속으로 떠나는 시간여행



한 아파트의 복도 풍경을 화폭에 옮겼다. 자전거를 타고 복도를 내달리는 소년, 어딘가로 급하게 숨는 듯한 아이의 모습이 각각 담겨 있다. 저 그림의 주인공은 오른쪽에 있는 단발머리 소녀다. 그런데 저 소녀는 누구이며 무슨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일까.

그림이 등장한 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우리는 왜 이곳을 떠난 걸까요.” 저자는 자신의 유년기를 떠올리면서 저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어린 시절을 추억하다가 나는 지금 어디까지 떠나와 버린 걸까 자문하게 될 때가.

‘나의 둔촌아파트’ 들머리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다섯 살 되던 해 봄날에 둔촌주공아파트로 이사를 하여 어른이 될 때까지 쭉 그곳에서 세상을 보고 느끼며 자랐습니다.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린, 그러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전히 살갗에 닿을 듯 생생히 떠오르는 그곳의 시간들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저자가 추억 속으로 떠난 시간여행에 동행해보셨으면 한다. 상당수 독자들은 코끝이 매워질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가져오지 못한 것이 너무 많은데”라는 문구를 마주할 땐 눈물이 날 수도 있겠다. 그림 속 저 소녀는 당신의 모습일 수도 있을 테니까.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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