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갈량’이 돌아왔다, 비룡 올라타고…

SK 와이번스 신임 감독에 임명된 염경엽 SK 단장이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선글라스를 낀 채 활짝 웃고 있다. 염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트레이 힐만 감독의 뒤를 이어 SK 지휘봉을 잡는다. SK 와이번스 제공
 
구단 점퍼를 입고 있는 염 신임 감독. SK 와이번스 제공


8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SK 와이번스가 염경엽(50) 단장을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선택했다. 2016년까지 넥센 히어로즈를 지휘했던 염 신임 감독은 3시즌 만에 그라운드로 복귀한다. 염 감독은 2000년대 후반 최강 전력을 자랑했던 SK에 이어 새로운 왕조 재건을 시도한다.

SK는 13일 “올 시즌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는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염 단장을 제7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염 감독의 계약기간 3년이며, 계약금 4억원, 연봉 7억원 등 보수총액은 25억원이다.

염 감독은 구단을 통해 “힐만 감독님이 잘 다져놓은 팀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인천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는데, 인천 연고팀을 맡아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프로야구를 구성하는 3가지 주체인 구단, 선수단,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감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91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염 감독은 현대 유니콘스를 거쳐 2000년까지 유격수로 뛰었다. 통산 타율은 1할대(0.195)에 그쳤다. 선수로는 큰 빛을 보지 못한 셈이다. 은퇴 후 현대와 LG 트윈스, 넥센에서 프런트와 코치를 오갔다. 2013년 넥센 감독을 맡아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때 ‘염갈량(염경엽+제갈량)’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넥센 시절 544경기에서 305승 6무 233패(승률 0.567)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 SK는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이어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매년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탄탄한 전력을 갖추는 것이다. 힐만 감독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적인 야구, 선수들의 강점을 살리는 야구로 우승을 일궈냈다. SK가 강팀의 기조를 지키려면 현재의 전력을 유지,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 감독은 넥센 시절 유망주를 발굴, 육성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조상우, 한현희, 신재영 등이 염 감독 체제에서 성장한 투수들이다. 염 감독은 최근 2년간 SK 단장을 맡아 선수육성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SK가 제 2왕조 구축을 위한 적임자로 염 감독을 꼽은 주요 이유다.

염 감독은 ‘거포 군단’으로 떠오른 SK의 팀컬러를 바꾸기보다 현재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팀을 이끌 전망이다. 기존의 선 굵은 야구에 염 감독의 지략을 가미한 강팀을 만들자는 게 SK의 밑그림이다. SK 구단은 “염 감독은 스마트하고 디테일한 야구를 지향하는 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미 감독 역량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신뢰를 보냈다.

올해 단장 신분으로 우승 반지를 낀 염 감독의 내년 목표는 우승 감독 타이틀을 갖는 것이다. 오는 15일 오후 3시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 그랜드 오스티엄 4층 CMCC홀에서 감독 이·취임식을 시작으로 그의 도전이 본격화된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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