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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못하는 ‘스마트팜’

KT·농정원, 'AI로 밭작물 관리' 스마트팜 구축한다
전북 고창 무장면 농민들이 KT 노지채소 스마트팜을 시연하고 있다. 2018.10.22 [KT 제공=연합뉴스]


차세대 영농으로 불리는 ‘스마트팜(Smart Farm)’이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을 본격화한 지 5년가량 됐는데도, 비닐하우스(시설원예)에 있는 스프링클러를 자동화하는 수준에 그친다. 농사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하는 ‘지능형 농장’이라는 본래 취지와 한참 동떨어진 셈이다. 스마트팜이 농업의 미래로 떠오르려면 현실에 부합한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4010㏊의 비닐하우스가 스마트팜으로 탈바꿈했다. 서울 여의도 면적(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 290㏊)의 13.8배 정도다. 2013년(345㏊)과 비교해 11배 이상 늘었다.

정부의 스마트팜 진흥책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4년에 220억원에 불과했던 스마트팜 예산은 올해 761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정부는 전체 비닐하우스 가운데 40% 수준인 스마트 팜을 2020년 7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양에서 스마트팜 정책은 성공가도를 걷고 있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빛 좋은 개살구’라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현재 스마트팜은 기존 비닐하우스를 고쳐 스프링클러를 자동으로 작동시키거나 거름 등 양분을 자동 공급해주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낮은 수준의 자동화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팜의 핵심인 ‘빅데이터’가 정부 주도로 구축되면서 농업 현실과 동떨어진 탓이라고 꼬집는다. 인공지능(AI) 개발기업 대표를 지냈던 이도헌 성우농장 대표는 “정부 주도의 스마트팜 기술은 농업인들이 쓰기에 불편하다”고 말했다.

두 개 기관으로 분리돼 있는 스마트팜 지원체계 역시 혼란을 부추긴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데이터베이스 표준화 작업 등 엇비슷한 일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농촌진흥청에서 동시에 하고 있다. 투입하는 돈은 어마어마하다. 농촌진흥청은 내년에 정밀·자동농업 기술 개발 등 스마트팜 빅데이터 관련 예산으로 493억원을 편성했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지난해 2억8000만원을 들여 신재생에너지 통합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 것과 대비된다. 김 의원은 “스마트팜 빅데이터 구축 등이 두 갈래로 진행되다보니 부실한 통계가 나오고 제대로 성과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도 보완 필요성을 인정한다.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스마트팜을 어떤 방향으로 육성하는 게 현실적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연내에 스마트팜 발전방안을 놓고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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