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번스-힐만 ‘2년간 동행’ 아름다운 결실

 
2년 전 인천에 상륙했던 푸른 눈의 영웅이 잠실벌에서 포효했다. 8년 만에 팀에 우승을 안긴 그는 팬에게 가장 극적이고 아름다운 작별 선물을 선사했다.

트레이 힐만(55·사진) SK 와이번스 감독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뒤 손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룬 외국인 감독이라는 기쁨을 만끽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내 차분해졌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에 잠시 감회에 젖은 듯한 모습이었다.

힐만 감독은 미국프로야구(MLB)뿐 아니라 동양 야구에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2003년부터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의 사령탑을 맡아 2006년 일본시리즈를 제패했고 2007년에는 일본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2010년까지 MLB 캔사스시티 로얄스의 감독을 맡았다. 지난 시즌부터 SK와 2년 계약을 맺으며 도위창 감독 대행(1990년), 제리 로이스터 감독(2008∼2010년)(이상 롯데 자이언츠)에 이어 역대 세 번째 외국인 감독으로 취임했다.

힐만 감독은 먼저 선수들과의 아낌없는 소통과 체계적인 선수 관리에 중점을 뒀다. 당장의 성과보다 장기적 관점을 중시했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정의윤이 훈련을 고집하자 코치에게 지시를 내려 훈련을 금지시킨 것은 유명한 일화다. 수술로 지난 시즌을 통째로 쉬었던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올 시즌 5일 이상 쉬고 등판에 나서는 철저한 관리 속에 연착륙(11승 8패 평균자책점 2.98)에 성공했다. 계투진의 혹사도 최대한 피했다. SK 불펜진이 한국시리즈에서 함덕주와 박치국의 국가대표 계투가 버티는 두산보다 나은 활약을 펼치며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된 요인이었다.

또 팀의 거포 본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SK는 힐만 감독의 조련을 통해 2년 연속 압도적인 팀 홈런 1위를 차지했다. 힐만 감독은 뚜렷한 철학과 팀 운용 원칙을 지키며 지난해 SK를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시킨데 이어 올해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감독이 이 정도 성과를 내면 통상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재계약이 유력하게 마련이지만 힐만 감독은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다. 양친의 병간호를 이유로 올 시즌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개인보다는 팀, 돈보다는 가족을 우선시한 힐만 감독의 멋진 피날레에 SK뿐 아니라 모든 야구팬들은 감동의 박수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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