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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시철, 원세훈 공판 시작도 전 ‘무죄’ 초안 작성

사진=뉴시스


원세훈(사진)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파기환송심 재판장이었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2015년 사건 배당 뒤 공판이 본격 시작되기도 전 무죄 취지의 판결문 초안을 작성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박근혜 청와대’와 교감한 법원행정처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수사 중이다.

12일 국민일보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김 부장판사가 휘하 재판연구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는 파기환송심 사건이 배당된 2015년 7월 21일부터 넉 달간 모두 6차례의 공판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그리고 11월 27일 첫 공판이 열리기 전 이미 판결문 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초안은 국정원 심리전단팀과 원 전 원장 사이의 공모 관계가 성립되지 않아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모두 무죄로 본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공판이 시작된 뒤에는 이 초안을 휘하 재판연구원이었던 A씨에게 보내 수정작업 등을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최근 A씨를 소환해 김 부장판사의 지시 여부에 대해 확인했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가 행정처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원 전 원장 혐의의 핵심인 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해 국정원법 위반 혐의까지 ‘면죄부’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히 재판이 김 부장판사의 독단으로 진행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파기환송심의 주심이었던 최모 판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김 부장판사가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원 전 원장과 심리전단팀의 공모관계를 배제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 시작 전 이미 무죄(판결문)를 쓰고 시작했다는 것은 외부 개입 정황을 더욱 의심케 한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10월 원 전 원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그를 석방시키기도 했다.

앞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은 원 전 원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전후 행정처와 청와대가 교감했다는 사실을 확인해 발표한 바 있다. 행정처가 당시 원 전 원장 재판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뒤 이를 대법원 측에 건넨 사실도 확인됐다. 행정처가 파기환송심 과정에서도 김 부장판사 등에게 선고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최근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법원 내부통신망에 “이메일 압수수색이 위법하게 진행됐다”며 검찰을 비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동성 이가현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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