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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한 공회전만 하다 멈춰 선 한국당 인적 쇄신, 전원책 후폭풍

 
전원책(사진) 변호사에게 운전대를 맡겼던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 실험은 요란한 공회전만 하다 멈춰 서버렸다. 한국당 지도부는 ‘차질 없는 당 혁신’을 다짐했지만 쇄신 엔진에 찬물이 끼얹어진 데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의 리더십에 대한 당 안팎의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하청의 재하청’이란 지적을 감수하며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으로 영입한 전 변호사를 해촉한 직접적 계기는 전당대회 개최 시기를 둘러싼 이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굴러온 돌’ 전 변호사의 독단적 언사에 대한 당내 기성 세력의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예고됐던 파국이란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비대위로까지 여파가 미치자 전 변호사를 잘라내는 것 외에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전 변호사 경질은 한국당 인적 쇄신 규모와 속도 등의 변화를 예고한다. 김 위원장은 10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청년당원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당협위원장 교체는 그야말로 인적 쇄신의 1차라고 봐 달라. 조금 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 2월쯤의) 전당대회 때 어떤 분이 나오고, 못 나오느냐에 따라 다시 인적 쇄신이 이뤄질 것이고, (2020년) 총선 공천 때도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라며 “쇄신은 1, 2, 3, 4차로 나뉘어 청년·여성이 계속 이입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가 구상한 전면적 쇄신이 아니라 당을 점진적, 단계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김 위원장도 공천권 없는 비대위가 혁신을 추진할 때의 버거움을 절감하고 있지 않겠느냐”며 “남은 임기는 안정적 당 관리에 무게를 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가 영입한 조강특위 외부위원 나머지 3인은 계속 활동하기로 했다. 이진곤 위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모두가 중간에 관두는 것은 당이나 보수 시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 당협위원회 정비 일은 마무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부위원들은 이날 모임을 갖고 전 변호사 후임 위원 추천 문제 등을 논의했다. 비대위가 위원 인선에 사전 개입하는 것은 공정성 시비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대위 측은 전 변호사 퇴출 이후에도 당협위원장 심사·교체 사안에서 외부위원들의 독자적 지위를 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 공중분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비대위 앞에는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우선 내년 1월 중순까지 활동을 마치고 전당대회 관리에 집중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스스로 과도기적 체제임을 못 박는 결과가 됐다. 당내 계파·진영 갈등을 잠재우고 혁신을 밀고 가기엔 동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금은 혁신의 입구조차 막혀 있는 상황”이라며 “새 당대표가 뽑히기 전에는 더 이상의 진전이 어렵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전 변호사가 폭로전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전원책 사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도 아니다.

지호일 심우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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