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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진보 양쪽으로부터 협공 받는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이 11일 청와대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실장은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는 우려에 대해 “청와대 내 경제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내각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조율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답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의 핵심 인사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뒤 2012년 대선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재수까지 도운 측근 중 측근이다.

그런데 그가 정책실장으로 발탁되면서 보수·진보 양측에서 협공을 받고 있다. 보수 진영은 경제정책의 부진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일방통행식 정책 드라이브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에서는 오랜 기간 청와대에 몸담았던 그가 개혁성을 잃고 좌고우면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실장은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조직도와 업무 분장 등 설계를 직접 맡았다. 초기 정부 인사에서도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정책실장으로 발탁되면서 ‘예정된 자리에 갔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대체적인 평이다.

보수 진영이 겨냥하는 지점은 이 부분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와대는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원팀(One Team)이라고 말하지만, 김수현 원톱(One Top)이 틀림없다”며 “말 잘 듣는 관료 출신 부총리가 이너서클 이념 편향적 왕실장에게 끌려다니면 이 나라 경제는 이제 끝장”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김 실장은 ‘왕수석’으로 불린 실세이지만 부동산·탈원전·교육 문제에 혼란을 야기했고, 도시공학 전공자로서 경제에 문외한이며 경제 전반을 거시적으로 총괄할 식견도 능력도 없다”고 혹평했다. 한국당은 교체되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신 김 실장이 내년도 국회 예산 심의에 나올 것을 공식 제안했다.

진보 진영의 비판은 보수 야당과 결이 다소 다르다. ‘직업이 청와대 참모’인 김 실장이 제도 정치권에 오래 몸담으며 보수화돼 개혁 작업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개혁 성과에 실망했던 진보 진영은 김 실장보다 훨씬 개혁적인 인사를 원했다. 여권 관계자는 “쉽게 말하면 김 실장은 닳고 닳은 인사”라며 “진보 진영에서는 김 실장이 재계와 금융, 노조 등에 산적한 개혁 과제들을 완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도 지난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책실장은 경제 전체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개혁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런 우려에 대해 “내가 경제 전문가가 아니라고 걱정하는데 이런 논의는 적절치 않다”며 “청와대에도 경제수석과 일자리수석 등 경제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분들이 과감하게 현장에서 내각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며 전체 국정 과제를 조율하는 방향으로 가면 걱정을 덜어드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 로드맵에 관한 질문에는 별다른 답을 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장 전 실장이 떠나면서 빨간 주머니, 파란 주머니를 주고 갔다. 어려울 때 열어보라고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준구 심우삼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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