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남기고, 한순간 방심에 와르르

사진=AP뉴시스


21개월 만에 옥타곤 무대로 돌아온 ‘코리안 좀비’ 정찬성(31·사진)이 마지막 라운드 1초를 남기고 통한의 KO패를 당했다. 유효타를 더 많이 성공시켰으나 야이르 로드리게스(26·멕시코)의 팔꿈치에 일격을 맞으며 복귀 무대에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정찬성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펩시센터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39 페더급 메인이벤트 경기에서 5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기 직전 로드리게스의 오른쪽 팔꿈치에 턱을 가격 당해 쓰러졌다. 한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 하고 쓰러져 있을 정도로 불의의 일격이었다.

정찬성은 이날 오랜 만에 복귀한 무대에서 상대의 킥에 고전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로드리게스는 1라운드부터 로킥을 비롯한 다양한 킥을 시도했다. 정찬성은 거리를 두지 않으려고 시도하며 펀치를 날렸고, 유효타를 점차 늘려갔다. 2라운드 들어서도 로드리게스의 킥이 이어졌고, 정찬성은 한때 상대의 니킥에 의한 로블로(급소 공격)를 당하기도 했다. 스피닝 엘보 등 여러 차례 유효타도 허용해 유효타 숫자에서도 22대 23으로 밀렸다.

3라운드 들어서도 로드리게스가 다양한 킥으로 거리를 두며 정찬성을 위협했다. 정찬성은 기회를 보면서 연타로 로드리게스와의 거리를 좁혔다. 때때로 잽을 성공시키며 유효타를 얻어냈다. 4라운드에선 정찬성이 경기가 재개되자마자 잇따른 연타로 상대를 잠시 휘청거리게 만들었다.

두 선수는 5라운드를 허그와 함께 시작했으나 공격의 고삐를 늦추진 않았다. 정찬성은 잽을 여러 차례 성공시켰고, 로드리게스는 여러 차례 시도했던 스피닝 엘보로 맞대응했다. 로드리게스가 체력적 부담 탓인지 두 팔을 들어 관중의 환호성을 유도하기도 했다. 정찬성은 경기 종료 10초전 로드리게스와 악수를 한 후 마지막 공격을 시도했으나 이게 패착이었다. 상체를 숙이며 피하던 로드리게스가 오른쪽 팔꿈치를 들어 정찬성의 턱을 가격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정찬성으로선 이번 대전 성사 과정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만큼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지난해 2월 데니스 버뮤데즈(32·미국)에게 1라운드 어퍼컷 KO승을 거둔 정찬성은 훈련 도중 무릎 부상을 입어 재활에 몰두했다. 이후 프랭키 에드가(37·미국)와 대결이 성사됐으나 2주 전 에드가의 부상으로 대전 상대가 로드리게스로 바뀌었다. 에드가에 맞춰 훈련을 진행했으나 갑자기 경기 스타일이 전혀 다른 상대와 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날 경기도 마지막 1초를 버티지 못하고 다 잡았다시피한 승리를 놓쳤다. 5라운드 전체 유효타에서 정찬성은 126대 119로 앞섰고, 4라운드까지 심판 판정 역시 우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한순간의 방심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로써 아시아 선수 최초 UFC 챔피언을 노리는 정찬성의 다음 행보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찬성은 로드리게스에게 패하면서 종합격투기 전적이 14승 5패, UFC 전적은 4승 2패가 됐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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