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출연 막은 일본의 자충수, 전 세계에 ‘전범국’ 환기한 꼴

일본 방송사들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출연을 취소하면서 문제로 삼았던 티셔츠. BTS 멤버 지민이 지난해에 입었던 것으로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진과 함께 ‘애국심’ ‘광복’ ‘코리아’ 등의 문구가 영어로 적혀 있다. 유튜브 캡처
 
미국 매체 빌보드의 뉴스 화면. 빌보드는 ‘티셔츠 그 이상: BTS 출연 취소는 한국과 일본의 어색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을 달았다. 빌보드 캡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일본 TV 출연이 갑자기 취소되면서 세계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일본 방송사의 ‘BTS 보이콧’이 BTS 멤버가 입은 ‘광복절 티셔츠’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11일 일본 주요 매체들에 따르면 TV아사히가 지난 9일 BTS의 ‘뮤직 스테이션’ 출연을 갑자기 취소시킨 데 이어 여타 방송사들도 BTS 보이콧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NHK는 다음 달 31일 방송되는 ‘홍백가합전’에 BTS 출연을 보류키로 결정했으며, 후지TV도 다음 달 5일과 12일 방송되는 ‘FNS 가요제’에 BTS 출연을 검토했다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주요 매체들은 이번 사태를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빌보드는 “(일본 방송사의 BTS 보이콧은) 한국과 일본의 정치적·문화적 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한국 식민지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거론하며 양국의 과거사를 조명했다.

미국의 CNN과 영국의 BBC도 가세했다. 특히 BBC는 이번 사태를 전하면서 최근 일본 기업에 대해 한국 법원이 내린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언급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로 양국 사이에 높아진 긴장감이 BTS 보이콧 사태로 비화됐다는 해석이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인 문제로 부상한 건 BTS의 인기가 그만큼 세계적인 수준이어서다. 예컨대 일본 방송사의 BTS 보이콧 이후 구글 검색창에 ‘왜’라는 뜻을 지닌 ‘와이(WHY)’를 입력하면 자동완성 기능을 통해 ‘와이 BTS(WHY BTS)’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세계의 많은 네티즌이 이번 사태의 이유가 궁금해 그 배경을 검색해봤다는 얘기다.

BTS는 그동안 한·일 과거사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곤 했다. 지난해 멤버 지민이 입었던 ‘광복절 티셔츠’에는 원자폭탄이 터지는 흑백사진과 함께 영어로 ‘PATRIOTISM(애국심)’ ‘OURHISTORY(우리 역사)’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팀의 리더인 RM은 2013년 광복절을 맞아 자신의 트위터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 미래는 없다”고 썼었다.

일각에선 일본이 방송사들의 BTS 보이콧으로 역풍을 맞게 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 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SNS에 “(일본 방송사들이) 최악의 자충수를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세계적인 언론에 이번 상황이 다 보도되면서 전 세계 젊은 팬들에게 ‘일본은 전범국’이라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BTS의 글로벌한 영향력에 큰 두려움을 느꼈기에 (일본 방송사들이)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벌인 것”이라고 썼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BTS의 인기는 상당하다. BTS가 최근 일본에서 발매한 싱글 음반 ‘페이크 러브/에어플레인 pt.2(FAKE LOVE/Airplane pt.2)’는 지난 7일 일본 음악 차트인 오리콘 데일리 싱글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이로써 BTS는 2015년 발표한 ‘포 유(FOR YOU)’를 시작으로 이번 음반까지 6장 연속으로 이 차트 정상을 차지하게 됐다.

이들의 일본 투어를 둘러싼 열기도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BTS는 13일 일본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지에서 콘서트를 여는데, 이미 전석 매진된 공연 티켓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연예스포츠 전문매체 데일리스포츠는 공연 티켓이 온라인상에서 고가로 매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 최대 티켓 재판매 사이트인 티켓스트리트를 보면 1만1000엔 수준인 티켓이 최고 50만엔에 거래되고 있다.

박지훈 장지영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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