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절정’ 가을야구, KBO 리세일 앱도 유명무실



올해도 프로야구 암표 시장의 ‘성수기’는 2018 한국시리즈였다. 원가의 수배에 달하는 암표가 매일같이 쏟아졌지만 사실상 제재 수단은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정거래를 위해 만든 ‘리세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KBO가 암표 장사를 방관 한다’는 야구팬의 불만이 거세다.

11일 티켓 판매 사이트 ‘티켓베이’에는 한국시리즈 티켓을 재판매하는 게시물이 960여건 등록돼 있다. 대부분 원가의 2배가 넘는 가격이다. 12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6차전 티켓은 최대 45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90만원짜리 암표가 등장했다. 온라인 티켓 거래는 법적 처벌 근거가 없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예매경쟁을 뚫고 6차전 티켓을 예매한 강모(30)씨는 “암표를 인기의 상징으로 생각하나 싶을 정도로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KBO는 지난해 2차 티켓 시장의 공정성과 안전성을 위해 한국 프로스포츠 단체 최초로 티켓 재판매 앱 ‘KBO리세일’을 만들었다. 처음엔 원가의 130%까지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지만 암표를 양성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올해는 100%로 제한했다. 판매자에게는 장당 1000원, 구매자에게는 구매 가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양측이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라 올라오는 물량은 손에 꼽을 정도다. 11일 오후 3시 기준 이 앱에 등록된 한국시리즈 티켓은 단 한 장도 없다.

KBO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리세일 앱의 실효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미 티켓 거래 사이트가 많아 수요가 적을 거라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거래 수수료는 앱 운영을 위한 필수적인 비용”이라며 “공정 거래하자는 취지로 만든 만큼 과도기를 거쳐 2차 티켓 거래 문화가 건강하게 바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복되는 암표 문제는 KBO에도 골칫거리다. 인기 없는 경기의 경우 암표마저 팔리지 않아 한꺼번에 취소물량이 쏟아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KBO 관계자는 “어떤 좌석을 암표로 파는지 일일이 확인할 수 없고 발권 시 신분증을 확인해도 현장에서 표를 넘기기 때문에 완벽히 막을 수 없다”며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대응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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