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돌고 돌아 옛 기자촌으로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선정된 서울시 은평구 기자촌근린공원 전경. 문체부 제공


우여곡절 끝에 국립한국문학관이 북한산 자락 옛 기자촌 터에 건립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국립한국문학관 부지로 서울 은평구 진관동 옛 기자촌이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염무웅(사진)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서울의 중심인 용산공원 부지를 고려했으나 (용산 공원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기 전까지 다른 시설을 세울 수 없다는 정부 입장 때문에 은평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은 수년간 계속됐다. 문체부는 2016년 5월 부지 공모를 했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유치 경쟁 과열과 선정 기준 문제 등을 이유로 한 달여 만에 절차를 중단했다. 이후 부지를 검토한 문체부 산하 문학진흥위원회는 지난해 9월 용산공원 부지를 최적 후보지로 의결했지만 서울시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문체부는 지난 5월 다시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는 용산공원와 과천 정부청사 앞 국유지, 문화역서울284 순으로 선호했지만 정부 각 관련 기관이 여러 이유를 들며 반대해 은평구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평구 부지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내부에서 반대 의견도 상당히 많았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해야 할 이 사업의 예산 반영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후보지를 발표한 양상이다. 국립한국문학관 설립 근거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해 2016년 2월 제정된 문학진흥법이다.

기자촌은 1960년대 정부가 무주택 기자들을 위해 조성한 주거지다. 2022년 개관을 목표로 한 국립한국문학관은 사업비 608억원을 들여 약 1만4000㎡ 규모로 건립된다. 은평구는 2015년부터 문학관 건건립위원회 발족, 문학상 제정 등 서울 지자체 중 가장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인 곳으로 꼽힌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유실·훼손돼온 한국문학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문체부와 추진위는 지난 8월 서지학의 권위자 고(故) 하동호 전 공주대 교수가 소장한 도서 3만3000여점과 유물 100여 점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 여기엔 채만식의 소설 ‘탁류’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초판 등이 포함돼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100여명의 문학인과 언론인이 거주했던 문학의 고장 은평구의 역사성을 반영해 국립한국문학관 예정부지 바로 밑에 예술인마을을 조성할 계획”이라며 “통일박물관과 이호철문학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어 고전과 근대, 현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문학과 예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강주화 김유나 기자, 사진=권현구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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