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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끝나자… 트럼프의 첫 액션은 법무장관 해임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워싱턴 소재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세션스 장관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수사에 개입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을 거부한 뒤 줄곧 사퇴 압박에 시달려 왔다. [AP]
 



미국 중간선거 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첫 액션은 제프 세션스 법무부 장관을 해임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목을 죄어온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세션스 장관을 전격 경질하면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기습공격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기자회견에서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낸 CNN방송 기자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퍼붓고 백악관 출입정지를 시켰다. 민주당에 하원을 빼앗긴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온건한 스탠스를 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으나 그는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오후(현지시간) 트위터에 “세션스 장관의 공로에 감사하며 행복하기를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자 미 정가는 발칵 뒤집어졌다. 앞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은 세션스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사임을 요구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다. 세션스 장관은 사직서에서 “대통령의 요구로 사임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혔다.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출신의 세션스 장관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상원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트럼프 당시 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최측근 인사였다. 그러던 그도 세르게이 키슬랴크 당시 주미 러시아대사를 한 차례 이상 만난 사실이 공개되면서 궁지에 몰렸다.

세션스 장관은 이후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스스로 손을 떼겠다고 밝혔고, 트럼프 대통령의 ‘배신자’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에게는 법무부 장관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그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의 비서실장이던 매슈 휘터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 대행으로 기용했다. 이어 후임 장관은 추후 임명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타로 기용된 휘터커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 인사다. 그는 “뮬러 특검의 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줄곧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휘터커 대행이 뮬러 특검팀에 예산 삭감, 수사관 감원, 수사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며 수사 무력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휘터커 대행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훼방 놓을 수 있다며 경계하고 나섰다. 뉴욕타임스에는 “지금은 뮬러 특검을 지켜야 할 시간”이라는 내용의 칼럼이 실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눈엣가시 같았던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를 공격했다. 아코스타 기자가 캐러밴(중미 이민자 행렬)과 러시아 스캔들 등 아픈 곳만 골라서 질문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충분하다. 자리에 앉으라. 마이크를 내려놓으라”고 윽박질렀다. 분이 안 풀린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무례하고 끔찍하다”고 모욕적인 발언을 던졌다. 이어 “CNN은 당신을 고용한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면서 “당신이 세라 허커비 샌더스(대변인)를 대하는 방식은 끔찍하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도 끔찍하다”고 비난했다.

몇 시간 뒤 샌더스 대변인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해당 기자의 백악관 출입을 정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의 기자 출입정지는 전례 없는 조치다. 백악관은 아코스타 기자가 마이크를 뺏으려는 백악관 여성 인턴의 팔을 치는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코스타 기자는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에 협치를 당부하면서도 “민주당이 나와 내 주변을 낱낱이 파헤치려 한다면 전투태세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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