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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이흥우] 한강물길



해마다 10월이면 서울 마포 일원에서 새우젓축제가 열린다. ‘마포나루 새우젓축제’다. 올해가 열한 번째니 성공한 축제라고 해도 좋겠다. 마포구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65만여명이 다녀갔다. 새우가 잡히는 곳도 아닌데 ‘마포에서 웬 새우젓축제냐’고 하는 이도 있을 듯하다.

조선시대 한강은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였다. 팔도에서 거둬들인 세곡과 온갖 물품들이 조운선에 실려 한강을 통해 한양에 집결했다.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한강 곳곳에 광나루, 삼밭나루(삼전도), 서빙고나루, 동작나루, 노들나루(노량진), 삼개나루(마포), 서강나루, 양화나루 등 나루가 생겨났다. 마포, 영등포, 노량진, 삼전도 같이 포(浦), 진(津), 도(渡)로 끝나는 지명은 과거 나루가 있던 곳이다. 그중 마포는 젓갈 집결지로 이름을 날렸다.

일제 강점기까지 한강은 바다와 통했다. 그랬던 한강이 6·25 전쟁 후 바다로 가는 길이 막혔다. 이명박정부는 한강을 다시 바다와 이으려 했다. 경인아라뱃길이 그 결과물이다. 그 후속작으로 ‘한강하구 물길 프로젝트’도 추진됐다. 경기도 고양 행주나루와 이산포 일대에 항만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였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당시 인공 구조물, 운하 말고는 사실상 한강을 통해 바다로 가는 방법이 없다. 효용성을 떠나 한강을 물류와 교통의 관점에서 바라본 건 평가할 만하다.

남북관계가 호전됐다. 상황은 달라졌다. 남북이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한강 하구 공동이용을 위한 조사에 들어가면서 그 결과에 따라 한강 하구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조사가 완료되면 남북이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이 가능하도록 해도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하니 막연한 상상과는 차원이 다르다. 65년간 인간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은 한강 하구의 생태적·환경적 가치는 가늠조차 어렵다. 여의도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서해를 지나 대동강을 거쳐 평양에 가는 기대를 품어 본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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