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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걸고 떠난 메르스 ‘구멍’ 생기면 또 온다

메르스 감염 위험이 확산된 지난 9월 대한항공의 기내 방역 모습. 국민일보DB


예로부터 감염병은 인류의 문화, 종교, 정복전쟁 등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우리도 2015년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 사태로 인해 많은 것이 달라졌다. 밀폐된 공공장소에서 고개를 돌리고 기침을 하는 등 기침예절을 지키는 사람이 늘었고, 손 세정제와 마스크 등 위생용품 판매량도 증가했다. 국내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도 조금씩 개선됐고, 정부는 감염병 방역체계를 강화했다. 확진환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낸 경험 때문이었을까. 지난 9월 3년 만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MERS) 확진자가 국내에서 발생했지만 추가 확진자 없이 조기에 사태가 종결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검역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만큼 언제 어디서 갑자기 또 메르스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다.

특히 메르스는 더 이상 신종감염병이 아니며, 앞으로는 더 많은 신종감염병이 생겨날 수 있다. 또 남북 교류 활성화가 가시화된 현재 상황에서 어느 나라, 지역도 감염병 위협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 대응 시스템이 필요하다.

‘검역’은 해외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고 지역사회 내 확산을 방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검역(quarantine)이라는 말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방언 ‘억류기간 40일(quaresma)’에서 유래한 것이다. 14세기 항구도시인 베네치아에서 흑사병으로부터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 의심 환자를 40일간 억류조치한 것이 검역의 시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3개 검역소(11개 지소)와 42개 검역구역이 있다. 공·항만 검역소는 검역대상 감염병 오염지역 및 비오염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발열감시를 시행하고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는다. 손태종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 연구관은 “메르스 이후 오염지역 및 제3국경유입국자가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됐고, 출입국자에 대한 정보제공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손 연구관에 따르면 스마트 검역정보시스템도 구축돼 운영되고 있다. 외교부, 법무부, 이동통신 3사와 연계해 여행자의 여행이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됨은 물론 SMS 발송 및 의료기관에 여행이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의심환자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또 IT기술을 접목한 전자검역대를 운영함에 따라 의심환자 발생 시 기내동승자 및 밀접접촉자의 실시간 정보관리도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중앙집중식 열화상감지 장비를 통합 운영해 검역대에서의 발열감지 정확도 및 민감도를 향상시켰다.

이 같은 노력에도 감염병 대비 대응 시스템은 여전히 불완전하다는 것이 손 연구관의 설명이다. ‘잠복기’ 때문이다. 잠복기는 보통 2∼4주이고, 메르스의 최장 잠복기는 14일이다. 증상이 없는 시기에 그대로 검역대를 통과하는 것이다. 그 후 발열이나 오한 등의 증상이 나타났는데도 의료기관을 찾지 않는다면 감염 확산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자진신고 및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검역의 끝은 보건소를 통한 신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병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우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전화하고,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1339로 전화하면 감염병 의심 사례로 신고 돼 2차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면 의사에게 여행한 곳과 현재 증상을 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국민의 적극적 참여는 역학조사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역학조사는 질병 분포와 결정요인에 대해 분석해 방역 조치함으로써 전파를 차단하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사실 확인을 하기에는 기억이 불완전하다는 문제가 있고, 특히 법적, 도덕적 책임이 있을 때 거짓으로 진술하는 경향이 있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장윤숙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 역학조사관은 “메르스 이후 현재는 외교부, 법무부, 이동통신 3사 연계를 통해 여행자의 여행이력이 확보되고 있다. 신용카드 내역, 위치 정보 등을 활용해 역학조사를 시행한다”며 “역학조사는 환자와 접촉자, 환경을 관리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이다. 진술을 통해 정보를 완성하는데, 다른 진술을 주장하는 경우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손태종 연구관은 “감염병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지역사회 차원에서 접촉자들에 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또 검역이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도 창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쿠키뉴스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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