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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김명호] 한국형 보수정치



급기야 ‘양아치’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보수 정치권에서 보수 대통합이란 의제가 떠오르면서 각자 한마디씩 걸치는 와중에 불거졌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은 보수통합을 주장하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보수가 망가진 결정적 원인은 홍 전 대표 때문”이라며 “대한민국 보수를 양아치 수준으로 전락시킨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보수에게서 품격이란 단어를 완전히 빼앗아 간 분”이라고도 했다. 며칠 전 홍 전 대표는 “보수·우파 재건에 한마음이 돼야 할 때”라며 “제대로 된 내이션 리빌딩(국가 재건) 국민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품위와 가치”를 논했다. 한 사람은 자신이 보수통합의 중심으로 나서겠다고 하고, 다른 이는 ‘양아치 정치’로 만든 책임이나 지라는 비난을 한다. 양아치 또는 1950∼60년대나 통할 법한 국민운동이란 단어가 튀어나오고 서로 품위가 없다고 공격하는 게 지금 한국형 보수 정치의 현주소다.

굳이 ‘한국형’이란 수식어를 붙인 건 우리의 보수 정치가 정말로 보수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서다. 한국의 보수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구현해 본 적이 없다.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했다기보다는 지역과 반공을 기반으로 한 이익집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이나마 성찰을 했더라면 탄핵 이후 보수적 가치를 놓고 치열한 내부 투쟁이 있었을 게다. 그런데 함께 모여 큰절이나 한다거나, 말로만 하는 통렬한 반성만 있었다. 책임지는 이 없이 보여주기용 언행만 있었으니 아직까지도 친박이네, 아니네 싸움만 횡행한다. 단물 맛을 경험해 봤으니 좀 쪼그라들기는 했지만 아직은 먹을 것이 그나마 남아 있는 온실 속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없는 거다. 그게 지금 한국형 보수정치의 실체다. 그러니 마치 정상이었다 비정상으로 떨어진 듯한 ‘전락’이란 표현은 맞지도 않고, 한 번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으니 재건이 아니라 신축이라고 써야 옳다.

이제 자유한국당 구성원들의 관심은 슬슬 전당대회와 당권, 이후 펼쳐질 2020년 선거를 위한 공천으로 향하는 모양이다. 보수 혁신은 가끔씩 시늉만 하면 된다. 그들에겐 말의 잔치와 함께 각자도생만 남아 있나 보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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