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가면 주눅드는 곰, 이번엔 다르다?

두산 베어스의 최주환이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2점 홈런을 날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SK 와이번스의 박정권이 지난 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린 뒤 베이스를 도는 모습. 


‘곰들은 인천에서 기를 펼 수 있을까.’

2018 한국프로야구(KBO) 한국시리즈 1∼2차전에서 1승 1패를 거둔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는 7일부터 인천 SK행복드림구장으로 옮겨 3∼5차전을 치른다. 이들 경기는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재미있는 것은 정규리그에서 절대 1강인 두산이 유독 인천구장에서는 힘을 못 썼다는 점이다. 두산은 인천 원정에서 SK 상대로 2승 6패 열세인데 이는 올 시즌 두산의 원정 성적 중 가장 나쁘다. 세부 항목을 보면 차이는 더욱 크다.

특히 두 팀의 홈런 격차가 상당하다. SK는 홈에서 두산을 상대로 홈런을 14개 쳐낸 반면, 두산은 9개에 그쳤다. 한국시리즈 1, 2차전 모두 홈런을 친 팀이 승리한데다 투타의 집중력이 높은 가을야구 특성상 대포 한방으로 승부가 결정되곤 한다는 점에서 SK의 홈런 파워는 두산이 충분히 경계할 만하다.

SK는 두산 상대로만 아니라 홈에서 가공할 홈런쇼를 선보였다. 6일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올 시즌 구단 최다 홈런(233개)을 기록한 SK는 이중 인천에서 절반이 넘는 125개의 홈런을 쳤다. 최다 홈런타자는 한동민(21개)이며 최정(18개)과 제이미 로맥(17개)이 뒤를 이었다. 포수 이재원은 시즌 17개 홈런 중 무려 13개를 홈에서 쳐냈다.

시즌 전체 191개의 홈런을 친 두산이지만 인천에서는 맥을 못췄다. SK를 제외하고 9개 구단 중 5위에 불과하다. 팀 OPS(출루율+장타율)도 두산은 0.725로 두산 상대 SK의 OPS(0.967)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인천에서 강했던 타자는 양의지(0.400 3홈런)와 오재일(0.348 1홈런) 정도다. 리그 홈런 1위 김재환은 인천에서 타율 0.207, 1홈런에 그쳤고 한국시리즈 2차전의 영웅 최주환(0.154 0홈런)도 부진했다.

두산 투수진의 상황도 타선 못지 않다. 두산은 행복드림구장에서 평균자책점 7.18을 기록, 10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반면 SK의 대 두산전 홈구장 평균자책점은 3.70으로 월등히 좋다.

3차전 두산 선발 이용찬은 인천에서 1차례 등판해 5⅔이닝 동안 7실점 5자책 1피홈런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SK 선발 메릴 켈리는 홈에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2.79를 기록한 최고의 ‘홈게임피처’다. 두산의 또 다른 선발 후보 유희관은 1이닝 동안 4실점하고 강판됐다. 1차전 선발이었던 두산 조쉬 린드블럼(1패 5.06)도 이곳에서는 시즌 성적(평균자책점 2.88)에 크게 못미쳤다. 그나마 두산 4차전 선발 후보군 중 하나인 이영하가 두 경기를 치러 호투(1승 2.70)했다.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 특성상 리그 성적이 경기에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리그 1위 두산이 유달리 인천에서 고개를 숙였던 투타의 약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SK에 맞설지도 재밌는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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