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밀가루공장, 문화공장 된다

1962년에 촬영된 대선제분 제분공장과 사일로 모습. 오른쪽은 이 자리에 들어서는 문화복합공간 조감도. 서울시 제공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에서 문래동방향으로 걷다보면 거대한 원통형 건축물이 눈에 띈다.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의 핵심 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다. 1936년 문을 연 밀가루공장대선제분은 80년 넘게 영등포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3년 공장이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이 시설은 5년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서울시는 이 대선제분 폐공장을 밀가루 대신 문화를 만드는 문화공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대지면적 1만8963㎡ 규모에 건물 23개 동을 아우르는 이 대규모 공장은 내년 8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다.

1936년 일제강점기에 밀가루공장으로 세워진 이 시설은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한 후 현재까지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일로와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건물로 구성돼 있다. 공장이 지어졌을 당시 영등포는 방직과 제분 등 다양한 공장이 밀집한 지역이었다.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상업시설(타임스퀘어)이 들어서 과거의 흔적이 다 사라졌고 대선제분만이 당시의 역사를 전해줄 뿐이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에서 처음 시도되는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이다. 서울시와 토지주, 사업시행자 간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 대선제분으로부터 사업 시행 권한을 위임받은 사업시행자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 후 운영까지 맡게 된다.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는 대선제분 창업주의 손자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공공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행이나 가로환경 등 주변 인프라 정비와 같은 행정적 지원에 나선다.

허물고 부순 뒤 새로운 공간을 짓는 방식이 아니다보니 80년 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공장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공간이 가진 스토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하고 전시장과 공연장, 식당, 카페, 상점, 공유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으로 거듭난 영국 런던 의 테이트 모던,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만든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 등이 모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공장이 산업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 되고 더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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