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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란 석유 수출 봉쇄, 예외국가 인정됐지만 수입 감축 불가피

이란 시위대가 4일 테헤란의 옛 주이란 미국대사관 청사 앞에서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이란에선 1979년 11월 미대사관 점거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반미시위가 벌어진다. 이날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 이란 제재 완전 복원을 하루 앞두고 수천명이 모여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AP뉴시스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 대이란 에너지·금융 제재를 전면 복원하면서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 대해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을 틀어막고, 이란 중앙은행(CBI) 등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이날 오전 워싱턴DC의 내셔널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번 제재는 이란을 향한 전례 없는 금융 압박”이라며 “이란 체제가 정세 불안정 행위를 지속할 경우 금융 고립과 경제적 쇠퇴를 맞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감축하는 것을 조건으로 향후 180일 동안 한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이번에 예외 인정을 받은 8개국은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이다.

미국은 2015년 7월 이란 핵협정(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타결한 뒤 이란 제재를 완화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 합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지난 5월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후 1단계 조치로 금, 귀금속, 석탄, 자동차 등 분야에서 이란과 거래한 기업·개인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이번에 복원된 2단계 제재는 이란의 돈줄을 끊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란산 원유, 천연가스, 석유화학 제품을 수입하거나 이란 CBI 및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개인을 제재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13%가량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다. 이란산 원유는 73%가 콘덴세이트로 수입되는데, 국내 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한 뒤 수출하고 있다. 한국이 수입하는 전체 콘덴세이트 중 이란산은 5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이란은 CBI가 국내 시중은행에 개설한 원화계좌를 통해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로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과 원화결제 시스템 유지를 패키지로 인정받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미국이 이란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했다”고 자평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제한된 물량이나마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예외를 인정받는 대신 수입량의 상당 부분을 감축해야 해 안도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석유화학 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충분한 물량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제재와 무관하게 석유 수출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미국은 이란의 석유 수출을 완전히 끊어놓으려 하지만 우리는 석유를 팔아 제재를 부술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조성은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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