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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내 최대 동물복지 단체가 내분에 휩싸인 이유, 캐시미어·비건·괴롭힘



국내 최대 동물복지 단체인 ‘동물자유연대(동자연)’가 내부 갈등에 휩싸였다. 활동가 5∼6명이 줄 퇴사하는 등 올해만 10명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아 있는 한 활동가는 최근 대표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발했다. 비영리 사단법인인 동자연에서 이 정도 규모의 내홍이 인 건 처음이다.

동자연 활동가들이 소속한 ‘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난달 29일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조희경 동자연 대표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그가 부당징계를 남발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는 문제제기한 활동가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해 다른 활동가들을 압박했다고 반박했다.

갈등은 동물복지 단체의 지향성에 대한 인식 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활동가들은 조 대표가 동물복지 단체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발언·행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모피 등을 반대하는 캠페인 영상을 만들 때 “모나 캐시미어까지 입지 말라고 하면 대중이 어떻게 느낄지 고려해야 한다”며 캐시미어 부분은 빼라고 했다거나, 공장식 축산에서 나온 유제품을 수시로 섭취했다는 것이다. 활동가들은 또 조 대표가 ‘원래 비건(채식주의자)도 아니었으면서 비건 행세한다’며 활동가를 힐난하고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식품을 먹어도 되지만 개나 고양이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조 대표는 “전후 맥락을 제거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발언만 잘라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척박한 환경에서 20여년 전부터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서로의 의견 차이를 존중해줘야 하는데 활동가들이 일부 강성 활동가들의 태도에 눌려 선물 받은 초콜릿이나 빵도 눈치 보며 제대로 못 먹는 분위기가 형성돼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이 격화된 건 일부 활동가가 지난 4∼5월 조 대표의 발언을 메모하고 공유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조 대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관련된 활동가 2명을 해고하고, 1명에게는 견책처분을 내렸다. 해고된 활동가들이 재심을 요청해 이후 정직 10일로 변경됐지만,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이 이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5명의 활동가가 퇴사했고 1명이 남아 단체와 다투고 있다.

활동가들은 메모 사건 후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연차휴가가 남았음에도 못 쓰게 하거나, 몸이 아파 결근 신청을 하면 ‘일단 나와서 아프다는 것을 증명한 후 결근 신청서를 작성하고 병원에 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단체 측은 “해당 활동가는 연차를 이미 다 쓴 상황이고, 이에 앞서 근무태만 등 문제가 많았다”고 반박했다.

한 동물복지 단체 관계자는 “동물복지 운동의 트렌드가 급속도로 변화하는데 단체 대표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세대 간 진통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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