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혼심을 다해 우승했지만… 그들은 미래가 없다

아산 무궁화축구단 선수들이 4일 충남 아산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KEB하나은행 K리그2 2018’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함께 가자 아산!” 킥오프와 동시에 관중들은 아산무궁화축구단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경기장을 찾은 4277명 홈팬들의 응원 덕분일까. K리그2 우승을 확정한 후 치른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아산은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 종료 직전 2골을 넣으며 짜릿하게 승리했다. 드라마 같은 역전승처럼 팬들은 아산의 무궁화가 다음 시즌에도 피어나기를 소망하고 있다.

아산은 4일 홈구장인 충남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2 35라운드 FC 안양과의 경기에서 2대 1로 이겼다. 아산은 경기를 주도하고도 후반 30분 먼저 실점했다. 그러나 교체 투입된 임창균이 후반 41분과 추가시간 5분에 동점 골과 역전 골을 연달아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아산은 지난달 27일 서울 이랜드를 4대 0으로 꺾고 승점 66점을 획득했다. 2위와의 승점을 7점 차로 벌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아산은 리그 우승과 K리그1 승격이라는 영광을 거머쥐었지만 웃을 수 없었다. 경찰청이 선수(특기 의경) 모집을 중단해 아산을 해체하겠다고 밝힌 상태였기 때문이다.

선수단과 팬들은 이날 안양과의 경기 후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지자 그제서야 우승의 기쁨을 표현했다. 우승 메달을 목에 건 선수들은 단상 위에서 양손을 들고 환호하며 춤을 췄고, 박동혁 아산 감독은 우승 트로피를 힘껏 들어 올렸다. 녹색, 붉은색, 노란색 등 화려한 폭죽이 아낌없이 터지며 밤하늘을 수놓자 아산 선수 유니폼을 입은 꼬마 팬들도 덩달아 박수를 쳤다.

뒤늦은 우승의 기쁨을 누리긴 했지만 아산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경찰청이 아산과 프로축구연맹에 ‘아산에 선수를 충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방침이 번복되지 않아 팀 해체를 기다리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아산은 전역자가 나오는 내년 3월이 되면 14명의 선수만 남아 클럽 최소 인원(20명)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아산 팬과 축구인들은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경기장 안팎에는 ‘우승했는데 없애게?’ ‘우승팀 아산무궁화를 지키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경기 전에는 아산을 시민프로축구단으로 창단해달라는 팬들의 자발적 서명운동도 펼쳐졌다. 박명화 아산 경영지원팀 부장은 “8000여명의 팬 분들이 해주신 서명을 아산시 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에는 허정무 연맹 부총재,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등 300여명의 축구인들이 청와대 인근에서 ‘아산무궁화축구단 존속을 위한 축구인 결의대회’를 열었다.

연맹은 5일 이사회를 열어 아산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규정 인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 아산의 승격자격 취소, 다른 팀 승격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산은 경찰청이 선수 모집을 중단키로 한 만큼 연맹이 결정하는 방침을 따르겠다는 뜻을 전달한 상태다.

아산=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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