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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대통령 ‘분노의 대결’… 反이민 vs 反트럼프 활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펜서콜라를 찾아 중간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민주당 후보 지원 유세를 하는 모습. 이들 전·현직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전 마지막 주말을 맞아 격전지를 돌며 세싸움을 벌였다. AP뉴시스




격전지 플로리다 찾은 트럼프 “민주당이 의회 장악 땐 범죄 늘고 일자리 줄어”
오바마, 관례 깨고 유세 지원 “트럼프 정치곡예 국민 분노케”
투표율 1914년 51% 넘을 듯, 증오범죄 이후 트럼프 지지율↓


11월 6일(현지시간)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가 ‘분노의 대결’ 양상으로 막판 치닫고 있다.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에 전·현직 대통령이 맞붙었다. ‘반(反)이민’ 대 ‘반(反)트럼프’의 프레임 대결도 뜨겁다. 이번 중간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과 재선 가도의 중대 분수령이다. 북·미 비핵화 협상도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몬태나주와 격전지인 플로리다주를 찾았다. 그는 경제 호황과 반이민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몬태나주에서 “공화당이 장악하는 의회는 일자리가 더 많고 범죄가 더 적은 것이며 민주당이 장악하는 의회는 범죄가 더 많고 일자리가 더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중미 이민자 행렬) 무리에 일부 나쁜 남자들이 있다”며 반감을 자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버락 H 오바마”라고 부르는 등 신경전을 구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중간이름 ‘H’는 후세인의 약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인이 아니라 케냐 출신 무슬림이라는 음모론을 다시 건드린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조지아주를 돌았다. 4일에는 정치적 고향인 일리노이주와 인디애나주를 방문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조지아주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민을 화나게 하는 정치적 곡예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2일 플로리다주 유세에선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미국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직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거리를 두는 관례를 깨고 선거운동에 뛰어든 것은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선거 막판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 사건과 유대인을 겨냥한 총기 난사 사건 등 ‘증오 범죄(hate crime)’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증오 범죄 책임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이민’을 핫이슈로 띄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미 이민자 행렬에 대해 연일 비난을 퍼붓고, 출생시민권 또한 행정명령을 통해 폐지하겠다는 언급은 자신의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남성들을 겨냥한 수사라는 지적이 많다.

공화당의 원군은 경제호황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10월 실업률은 전달에 이어 3.7%를 유지했다. 1969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치다.

민주당의 유일한 선거전략도 ‘반트럼프’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에 혐오감을 느끼는 여성과 젊은층, 대학 학력 이상의 중산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입이 부메랑으로 작용해 온건한 보수주의자들이 공화당을 떠난다고 주장했다.

미국 언론들은 435석을 뽑는 하원선거에서 대략 50∼80개 선거구를 격전지로 분류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관심을 끄는 선거구도 많다. 조지아주 지사 선거에서는 공화당의 브라이언 켐프 후보와 민주당의 스테이시 에이브럼스 후보가 맞붙고 있다. 에이브럼스 후보가 승리하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된다. 고공전도 치열하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방송 출연을 잠시 중단하고 에이브럼스 후보 지원에 올인하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2일 조지아주를 찾아 에이브럼스 후보를 응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이곳을 찾아 켐프 후보를 지원했다.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도 불꽃을 튄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과 같은 당의 트럼프 대통령은 견원지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베토 오루어크 후보가 무섭게 추격하자 크루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꼬리를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텍사스를 찾아 크루즈 의원 지원 유세에 나섰다. 오루어크 후보는 이번 상원의원 선거 출마자 중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으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켄터키주 렉싱턴을 중심으로 하는 제6선거구가 최대 격전지다. 미 해병대 전투기 조종사 출신의 민주당 여성 후보 에이미 맥그래스가 공화당의 앤디 바 하원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9월 뉴욕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바 의원(47%)과 맥그래스 후보(46%)가 예측하기 힘든 혼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상원은 공화당 우세, 하원은 민주당 우세’로 요약된다. 워싱턴포스트는 하원의원 격전지 69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0%는 민주당에, 46%는 공화당에 각각 투표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기관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는 공화당이 50석으로 상원 다수당 자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은 44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원의원 선거에서는 박빙 선거구가 36개 있으나 민주당이 203석을 얻는 것으로 예측돼 196석을 기록한 공화당에 앞섰다. 증오 범죄들이 터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소폭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평가다.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은 더욱 강화되고 재선 가도에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화당이 하원을 잃는다면 ‘트럼프 마이웨이’에 차질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핵 로드맵에도 중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북·미 협상의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그러나 민주당도 협상을 통한 비핵화 방식에 동의하고 있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선거와 다른 해에 치러지는 역대 미국 중간선거의 최고 투표율은 1914년의 51%다. 그러나 이번 중간선거가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테네시주(95%) 네바다주(91%) 애리조나주(88%) 텍사스주(84%) 조지아주·몬태나주(각 70%) 등에서는 사전투표만으로 2014년 중간선거 최종 투표율에 육박했다.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배우와 코미디언 50여명은 선거일 하루 전인 5일 투표 독려를 위한 생방송 TV프로그램에 출연한다. 이와 별도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도 소셜미디어에 투표 참여를 촉구하는 영상을 올렸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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