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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유가족-새 생명 받은 사람 ‘눈물의 해후’

장기이식을 받아 새 생명을 찾은 이들이 3∼4일 강원도 속초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열린 ‘생명의 물결 캠프’에서 장기 기증인의 성명 이니셜을 새겨 만든 팔찌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위쪽 사진). 아래쪽 사진은 장기이식을 받은 조은설씨(오른쪽)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인 정대규·남기주씨(왼쪽부터)에게 팔찌를 채워준 뒤 손을 잡고 있는 모습. 한화생명 제공


“우리에게 주신 선물 강석민, 영혼을 먼저 올려 보냅니다.” 2000년 3월 강호 목사는 뇌출혈로 아들 강석민(당시 16세)군을 떠나보냈다. ‘과학자가 되는 게 좋을까, 아빠처럼 목사가 되는 게 좋을까’라고 묻던 아들이었다. 강 목사는 “석민이가 다 살지 못한 인생을 다른 사람이 이어서 살게 하자”고 결심했다. 강군의 장기로 8명이 새 인생을 선물 받았다.

자신의 시신과 장기도 기증하기로 서약한 강 목사는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 회장을 맡아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로하는 삶도 살고 있다.

고(故) 김경식씨는 12년 전 여름에 4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갔다. 김씨는 지붕철거 작업을 하던 중 추락 위기에 처했던 동료의 손을 잡아주다가 아래로 떨어져 뇌사에 빠졌었다. 아내 양미애씨는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장기기증을 하라고 말했을 것 같은 마음이 느껴졌다고 했다. 남편이 마지막 순간까지 생명을 살리려 혼신을 다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남편은 천국에서도 환하게 웃고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강 목사와 양씨 등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장기를 받은 이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화생명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함께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생명의 물결 1박2일 캠프’를 4일까지 진행했다. 유가족 6명은 장기기증을 결정하기까지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장부순(75·여)씨는 2011년 뇌출혈로 쓰러진 아들이 수술 도중 사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고 장기기증을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후 장씨는 괴로운 나날을 보냈다. “엄마가 돼서 어떻게 아들을 갈기갈기 찢어놓느냐”는 주위의 모진 말과 자책에 체중이 9㎏이나 빠졌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장씨는 2013년부터 도너패밀리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가족마다 품은 사연은 조금씩 달랐지만 바라는 바는 같았다. 이식인들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식인들도 장기기증인의 이니셜이 새겨진 팔찌를 만들어 유가족에게 채워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유가족 남기주(64·여)씨와 이식인 조은설(40·여)씨는 우연히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조씨에게 췌장을 기증해준 남성의 나이, 장기기증 날짜, 병원까지 남씨의 아들과 같았다. 국내에선 법적으로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서로를 알 수 없다.

뇌사 장기기증자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줄고 있다. 장기기증 희망 서약률은 2.8%로 미국(51.0%)과 18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박진탁 이사장은 “도너패밀리를 예우하고 칭찬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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