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 자극하니 ‘A급 폭소’ 쏟아지네

 
요즘 방영되고 있는 신서유기의 장면들. 방송화면 캡처
 
나영석 PD


온라인 사전 나무위키에서 tvN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이런 문구를 만나게 된다. ‘1박2일의 정신적 후속작.’ 신서유기가 어떤 방송이고 제작진과 출연진이 누구인지 안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문구일 것이다.

신서유기는 KBS 2TV 인기 예능 ‘1박2일’의 첫 시즌을 만들었던 나영석 PD가 1박2일의 전성기를 함께 보낸 방송인 강호동과 손잡고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1박2일이 그랬듯 출연자들은 다양한 게임을 벌이는데,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간단없이 이어진다.

예능의 본질인 ‘웃음’에 집중한 전략이 적중한 것일까. 요즘 신서유기는 방송가에서 가장 화제를 모으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청률 경쟁에서 불리한 시간(일요일 밤 10시40분)에 편성됐지만 매주 5%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상당하다.

신서유기의 인기는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매주 발표하는 콘텐츠영향력지수(CPI)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CPI 지수는 포털 사이트 검색 순위나 SNS 버즈량(언급 횟수) 등을 토대로 매겨지는데, 신서유기는 지난달 넷째 주(22∼28일) 순위에서 ‘백일의 낭군님’(tvN), ‘일밤-복면가왕’(MBC), ‘쇼미더머니-트리플세븐’(Mnet)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시즌제 예능인 신서유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9월 선보인 첫 번째 시즌은 온라인을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했지만 두 번째 시즌부터 TV를 통해 방영되면서 이 프로그램은 수많은 애청자를 만들어내며 화제작으로 자리 잡았다.

방송의 얼개는 심플하다. 출연자들은 시즌이 바뀔 때마다 해외로 떠난다. 현지에 도착하면 ‘드래곤볼’을 획득하기 위해 각종 게임을 벌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퀴즈를 내면 기상천외한 ‘오답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정해진 시간 안에 옷을 갈아입어야 하거나 라면을 먹고 브랜드를 알아맞혀야 하는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그렇다면 1박2일과 신서유기의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일까. 과거 1박2일이 중장년층까지 아우르는 ‘국민 예능’이었다면 신서유기는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다는 게 특징이다. 이른바 ‘B급 감성’을 자극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화면은 툭툭 끊길 때가 많고 컴퓨터그래픽은 촌스럽거나 투박한 편이다. 지난달 28일 방송에서는 출연자가 도전에 실패하자 화면 상단 로고가 ‘신서유기5’에서 ‘신서유기6’로 바뀌었다. 방송 도중에 갑자기 다섯 번째 시즌이 끝나고 여섯 번째 시즌이 시작된 것인데, 이런 능청스러운 전개 역시 신서유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게임이나 여행 같은 검증된 포맷을 활용하긴 하지만 지상파 예능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고 평가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로 외연을 넓힌 1박2일 같은 느낌을 주지만, 1박2일보다는 확실히 젊은 감각을 품고 있는 콘텐츠”라며 “나영석 PD의 파워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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