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촬영 3시간 같은 장면… 망했다 생각했죠”

낚시의 생생함과 예능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채널A의 간판 예능 ‘도시어부’의 장시원 PD. 그는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오래오래 프로그램을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채널A 제공




없는 예능이 없다. 육아 여행 연애 먹방(먹는 방송)…. 살면서 재미가 있을 법한 것들은 이미 다 예능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다. 이런 치열한 예능계에서도 아직 시도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있었다. ‘낚시’다.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연출 장시원·이하 ‘도시어부’)는 ‘낚시 예능’이란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지난 9월 7일로 방송 1년을 맞은 ‘도시어부’는 각각 56년·31년·19년의 낚시 경력을 자랑하는 ‘꾼’들인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 3명의 낚시 여행기를 다룬다. 그들은 지금껏 전국 각지와 삼면의 바다는 물론 알래스카와 뉴질랜드까지 곳곳을 항해했다.

초반 시청률은 2% 정도로 높지 않았다. 하지만 낚시인들과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꾸준히 타면서 같은 시간대 예능 터줏대감인 KBS2 ‘해피투게더’와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 됐다. ‘도시어부’가 이렇게 빛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낚시를 보는 맛과 예능의 재미를 둘 다 잡았다는 반응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채널A 스튜디오에서 만난 장 PD는 ‘솔직함’을 프로그램의 매력으로 꼽았다. “‘도시어부’는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웃어 보인 장 PD는 “월척을 잡아 기쁠 때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안 나올 때의 답답한 감정들도 진솔하게 담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첫 촬영 때 2∼3시간 동안 같은 장면만 나오는 걸 보고 ‘망했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웃음). 장면을 연출하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도 있는데 그러지 않아요. ‘도시어부’의 본질은 자연 속에서 인간이 고기를 잡는 거예요.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자연을 선물하는 건데 그러려면 감정을 충실히 전달해야죠.”

실제 ‘도시어부’는 예능임에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풀풀 난다. 인간 군상이 곳곳에 묻어난다. 장 PD는 “낚시라는 매개가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월척을 위해 경쟁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단합하고 다투는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과 다채로운 어종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 다큐를 보는 듯한 착각도 잠시 든다.

물론 예능적인 재미에도 충실하다. 이덕화 이경규 마이크로닷 3명의 메인 진행자들 사이의 찰떡 호흡은 프로그램을 보게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섭외 배경은 간단했다.

“촬영할 때 낚시만 10시간이 훌쩍 넘어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낚시를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3명이 한국에서 낚시를 제일 잘하진 않아요. 근데 제일 좋아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마이크로닷은 출연료를 안 줘도 괜찮다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장 PD 자신이 낚시를 잘 모른다는 점도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낚시를 잘 모르는 일반 시청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동적인 장면 연출과 신선한 자막에 신경을 많이 쏟았다는 게 장 PD의 설명이다.

“낚싯대를 들어 올릴 때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해요. 일어서는 것뿐만 아니라 손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는 거죠. 낚시가 가진 스포츠적인 부분을 역동적으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자막도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처럼 여러 장르에서 따온 아이디어들을 많이 활용해요.”

‘도시어부’는 여전히 새 항해를 준비 중이다. “빈틈 있는 영웅들이 힘을 합쳐 목표를 향해가는 ‘슬램덩크’나 ‘원피스’ 같은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그는 “‘도시어부’도 일종의 모험담이자 영웅담”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진 3명이 최고의 낚시꾼은 아니지만 거친 바다와 싸워가면서 점점 무언가를 얻어가고 있어요. ‘도시어부’의 끝도 물고기를 잡는 것보단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그리는 희망에 맞춰져 있지 않을까요.”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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