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4번 싸움’ 불 뿜어야 산다



단기전에서는 맹활약하는 ‘미친’ 타자의 존재가 중요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더라도 시즌동안 팀의 핵심이었던 주축타자들이 제몫을 해주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진행 중인 한국프로야구(KBO) 플레이오프는 주축들, 특히 각팀 거포의 상징인 4번타자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좀처럼 승부의 향방을 가늠키 어려운 시리즈가 되고 있다. 마지막 5차전에서 어느 4번타자의 방망이가 먼저 터지느냐가 한국시리즈 진출 열쇠가 될 전망이다.

SK 와이번스가 일찌감치 2승을 거두며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플레이오프가 넥센 히어로즈가 2연승으로 반격하면서 최종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지난 31일 4차전은 희비가 엇갈린 날이었지만 양팀 감독들을 기쁘게 한 타자들이 있었다.

넥센의 김하성과 SK의 한동민이 그 주인공이다. 1∼3차전 김하성은 5번 혹은 6번을, 한동민은 2번을 맡으며 모두 중심 타선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이 기간 김하성(12타수 1안타)과 한동민(13타수 1안타)은 모두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결국 4차전에는 나란히 하위타선인 7번으로 내려갔다.

그런 둘은 중요한 상황에서 활약하며 체면치레를 했다. 김하성은 팀이 3-0으로 앞선 6회 1사 2,3루 찬스에서 좌전 적시타를 쳤다. 볼넷도 하나 기록하며 멀티출루에도 성공했다.

한동민 또한 팀은 패했지만 마지막 이닝인 9회초 상대 불펜 투수 이보근을 상대로 값진 2점 홈런을 쳐냈다. 완봉패와 2득점 패배는 팀의 향후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두 주축타자가 모처럼 활약함에 따라 이제 양팀의 고민거리는 딱 하나만 남았다. 4번타자들이 언제 슬럼프를 탈출하느냐다.

똑같이 시즌 43홈런을 날린 SK와 넥센의 4번타자 제이미 로맥과 박병호는 플레이오프에서 동반 부진을 보여주고 있다. 로맥은 플레이오프 16타수 2안타(타율 0.125)를 기록했다. 지난 30일 3차전에서 모처럼 솔로 홈런 하나를 쳤지만 4차전은 다시 무안타로 침묵했다.

박병호의 부진은 더욱 심하다. 박병호는 한화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런 하나를 날렸을 뿐 플레이오프에서는 홈런 없이 14타수 1안타라는 최악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단두대 매치나 다름없는 5차전에서도 두 거포는 다시 중용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부진하더라도 워낙 펀치력이 센 이들 4번타자의 한방에 대한 팀의 기대감은 높기 때문이다. 박병호와 로맥 중 어느 누가 먼저 뒤늦게 부진에서 탈출한 김하성·한동민의 전례를 따를 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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