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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영화 만들려다 대포폰 사기범 전락한 제작자

압수물.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제공


보이스피싱 조직에 복수하는 내용의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하던 영화제작자가 오히려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포폰을 공급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사건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화제작자 강모(44)씨는 시나리오를 직접 쓰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강씨는 취재를 위해 중국 내 7개 보이스피싱 조직의 조직원들과 전화 접촉을 시작했다. 이어 중국 현지에도 수차례 건너가 조직원들과 만났다. 이 와중에 40만명을 동원한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강씨는 2016년 접촉하던 중국 조직 중 한 곳으로부터 “콜센터에서 사용할 전화기(일명 ‘키폰’)를 개통해 중국으로 보내주면 대당 250만원∼400만원에 매입하겠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게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그는 영화사 직원과 지인들을 범행에 끌어들이는 한편 유사 범죄로 구속된 전력이 있는 박모(33)씨를 영입해 대담한 범행에 나섰다.

이들은 콜센터 상담원, 상담팀장, 현장실장 등으로 업무를 분담해 대출광고문자를 발송해 대출희망자들과 상담을 가장해 인적사항, 연락처, 주소·거주지 등을 파악했다. 이어 유령법인을 설립해 전화기를 개통하는 수법을 동원했다. 대출을 받을 줄 알고 개인정보를 넘겨준 채모(57)씨 등 12명은 대출은커녕 형사처벌과 함께 배상책임까지 질 처지에 놓였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인 강씨 등 4명을 구속하고 박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이들에게 유령법인 명의를 제공한 채씨 등 12명을 공정증서원본 등 부실기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최근까지 33개의 유령법인을 내세워 860여개의 대포폰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공급하고 10억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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