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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항공엔진기술 빼돌려” 中 정보요원 등 10명 기소

미국 연방수사국(FBI) 특수요원인 허브 스테이플턴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신시내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미 법무부는 미국 항공 및 우주 기업 기밀을 훔치려 한 혐의로 중국 산업 스파이 쉬옌쥔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중 정상회담을 한 달 앞두고 중국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30일(현지시간) 미국 항공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렸다며 중국 정보기관 요원을 포함해 10명을 기소했다. 중국산 수입제품 고율관세 부과, 중국 반도체업체에 대한 자국 부품·기술 수출 금지에 이어 산업스파이들을 연이어 기소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중국 국가안전부 장쑤성 지부 소속 요원 자룽과 차이멍 및 중국 국적 해커 등 총 1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2010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5년간 터보팬 엔진 관련 기술을 빼돌리려는 목적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우주항공 관련 업체를 해킹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가스터빈 제조업체인 캡스톤터빈 외에 다른 피해 기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외신들은 공개된 정보만 놓고 봤을 때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샤프란 그룹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민간 여객기 C919는 두 회사가 공동 개발한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들이 엔진 관련 정보를 빼돌리는 동안 중국 국영 항공우주업체는 유사한 형태의 민간 여객기용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산업스파이를 법정에 세우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법무부는 GE 등 미국 항공우주업체에서 기밀 정보를 빼돌린 혐의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 쉬옌쥔을 10월 초 기소했다. 미국이 중국 정부 요원을 붙잡아 기소한 첫 사례였다. 지난 9월에도 중국인 엔지니어 지차오췬을 산업스파이 혐의로 기소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조치는 항공우주와 반도체 등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 계획인 ‘중국제조 2025’에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견제해 왔다. 존 디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이번 기소는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우리는 연방기관과 함께 미국의 독창성과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기소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순전히 날조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선진국에서 첨단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중국인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중국 정부의 산업스파이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호주 전략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10년간 중국 인민해방군의 후원을 받는 과학자와 엔지니어 2500명이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의 대학에서 연구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한편 중국의 기업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2016년 7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무역전쟁의 충격이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0월 PMI는 50.2로 집계됐다. 이는 9월 50.8에 비해 0.6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과 무역·외교 갈등의 충격파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중국 지도부는 강경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는 3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여성전국대표대회에 나와 ‘중국몽(中國夢)’ 실현을 위해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독려했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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