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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로 번진 미·중 무역전쟁, 한국 반도체엔 격차 벌릴 기회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반도체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이 걸리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됐다.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푸젠진화반도체는 상당한 수준의 D램 집적회로 생산 능력에 도달했다. 미국 군사 시스템의 필수 요소들을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의 경제적 생존 가능성을 위협한다”며 푸젠진화에 대한 미국 기업의 수출을 제한키로 했다.

푸젠진화는 내년 D램 양산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들여올 수 없게 되면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설비와 기술이 필요한데 미국산 장비, 소프트웨어, 부품 등을 들여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31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일방적으로 제재하고 기업들의 정상적인 국제 무역과 협력에 간섭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가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되면서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른 시일 내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중국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올해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했다. 조만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과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출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 때문이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매출 65조4600억원, 영업이익 1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반도체에서만 매출 24조7700억원, 영업이익 13조6500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외부의 우려에도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 콜에서 “4분기와 내년 1분기는 계절적 요인으로 가격이 다소 내려갈 것”이라며 “최근 가격 하락은 고객사들이 보유한 계절적 재고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가격 상승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을 일부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내년 2분기부터 새로운 중앙처리장치(CPU) 플랫폼과 고용량 메모리 제품이 나오면서 하반기에는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PC 위주였던 반면 최근은 모바일, 서버 등으로 확대돼 과거와 시장 상황이 매우 다르다고 부정적 전망을 반박했다. 5G,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 데이터센터 등에서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마트폰 사업은 갤럭시 노트9 조기 출시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IT·모바일(IM)부문은 매출 24조9100억원, 영업이익 2조2200억원을 기록했다. 노트9이 특별히 부진했던 건 아니었지만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밀린 게 문제였다.

삼성전자는 5G, 폴더블폰 등으로 반격을 노린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은) 접었을 때 스마트폰 사용성을, 펼쳤을 때는 태블릿 사용성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7∼8일 개최되는 삼성개발자회의(SDC)에서 폴더블폰의 유저인터페이스(UI) 등 일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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