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물’ 뛰어든 한국축구의 원석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한국축구 유망주들이 유럽 명문 구단에서 본격적으로 그라운드를 밟거나 데뷔를 준비 중이어서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 CF의 이강인(17)은 31일(한국시간)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 섰다. 이강인은 스페인 사라고사의 에스타디오 라 로마레다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스페인 국왕컵 32강 CD 에브로와의 1차전에 선발로 나왔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83분간 그라운드를 누빈 이강인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골대를 맞히며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오른쪽 코너킥을 차는 키커로 나서 날카로운 킥을 선보이기도 했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의 활약에 힘입어 2대 1 역전승을 거뒀다.

이강인은 이날 출전으로 각종 진기록을 세웠다. 이날 만 17세 253일이 된 이강인은 1919년 창단된 발렌시아의 100년 역사상 최연소 외국인 선수 1군 데뷔 기록을 갈아치웠다. 또 유럽에 진출한 한국 선수 가운데서도 가장 어린 나이에 1군이 됐다. 이강인은 남태희(만 18세 36일·AS낭시), 손흥민(만 18세 112일·함부르크 SV) 등보다 일찍부터 경험을 쌓게 됐다. 발렌시아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강인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며 그의 데뷔를 축하했다.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강인은 오랫동안 ‘발렌시아의 진주’로 평가받으며 성장해왔다. 지난 프리시즌 때에는 1군 연습경기에 출전해 바이엘 레버쿠젠을 상대로 골을 넣으며 완벽히 준비됐음을 알렸다. 2007년 KBS ‘날아라 슛돌이’에 축구 신동으로 출연했던 그는 마침내 프리메라리가 일원이 됐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는 정우영(19)은 1군 교체 멤버로 포함되며 정규시즌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31일에는 컵 대회인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2라운드 SV뢰딩하우젠과의 원정 경기에서 벤치에 앉아 출전 기회를 노렸지만 조슈아 키미히, 세르쥬 나브리 등에 밀려 아쉽게 무산됐다. 지난 7월 프리시즌에는 2018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 유벤투스와의 경기에 교체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정우영은 종종 프랭크 리베리, 아르옌 로벤 등 뮌헨의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발을 맞추고 있다.

FC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의 백승호(21)도 지로나 FC로 옮긴 후 계속해서 1군 연습경기에 나서며 공식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8월 레알 마드리드와의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여름 햄스트링 부상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직전 대표팀에서 낙마했던 백승호는 아쉬움을 털어내고 1군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 지로나가 보유한 세 명의 비유럽 선수(Non-EU) 쿼터에 빈자리가 없어 데뷔가 지체되고 있지만, 내년쯤에는 프리메라리가에서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이들이 곧바로 성인 대표팀에 발탁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 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은 “백승호, 이강인, 정우영은 모두 좋은 선수로 재능은 있지만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손흥민, 이재성 등 쟁쟁한 선배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강인을 필두로 빅리그 무대에 본격 모습을 드러내며 경험을 쌓을 경우 이들 유망주는 한국축구의 보석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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