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전설의 퀸, 숨이 멎을 듯한 전율이란 [리뷰]

전설적인 영국 록밴드 퀸의 일대기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멤버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가 제작 전반에 참여해 리얼리티에 힘을 실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시작이다. 저택에서 걸어 나와 리무진을 타고 공연장으로 향한 남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간다. 남자의 어깨너머로 수만명의 관중이 펼쳐지는 순간, 숨이 멎는다. 다름 아닌 그는 프레디 머큐리(1946∼1991)다.

영화는 곧바로 1970년 영국으로 시곗바늘을 돌린다. 공항에서 수하물 처리 노동자로 일하던 이민자 청년 파록 버사라(레미 맬렉)는 우연히 펍에서 만난 밴드에 보컬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프레디 머큐리’로 개명을 하고, 4인조로 구성된 밴드의 이름을 ‘퀸(Queen)’이라 짓는다.

그렇게 전설적인 록그룹 퀸이 탄생한다. 출중한 가창력은 물론 작곡 실력까지 갖춘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드러머 로저 테일러(벤 하디),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귈림 리), 베이시스트 존 디콘(조셉 마젤로)이 똘똘 뭉친다. “부적응자를 위해 노래하는 부적응자들”이라 스스로를 칭한 이 밴드는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영화는 퀸의 일대기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화려함 뒤에 감춰진 인간적 고뇌를 들여다본다. 거침없는 성공가도를 달리며 멤버들이 겪게 되는 변화, 특히 프레디 머큐리를 잠식해버린 고독과 방황을 깊숙이 비춘다. 그가 멤버들을 등지고 솔로 활동에 나서게 되는 상황 또한 촘촘한 감정선으로 설명된다.

순탄한 상승곡선을 그리는 전반부는 다소 평이하게 느껴지는데, 적재적소에 퀸의 명곡들을 삽입해 단조로움을 없앤다. 특히 프레디 머큐리의 솔메이트이자 뮤즈인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을 향한 노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한 편의 로맨스 영화처럼 보인다.

듣는 즐거움이 크다. 러닝타임 134분을 통틀어 퀸의 명곡 20곡 이상이 망라됐다. 클래식한 창법이 인상적인 ‘썸바디 투 러브(Somebody to Love)’부터 관객과 함께 박자를 연주하는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 누구나 자연스럽게 따라 부르게 되는 ‘위 아 더 챔피언(We Are The Champions)’까지.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명곡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특히 흥미롭다. 뮤지컬 오페라 하드록 발라드 등 장르를 망라한 구성과 난해한 가사를 머릿속에 완벽하게 그려놓고 실현해내는 프레디 머큐리의 천재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프레디 머큐리의 독보적 아우라를 어떻게 재현해내느냐가 이 영화의 관건이었을 터. 배우 레미 맬렉은 프레디 머큐리 특유의 화려한 쇼맨십과 디테일한 몸짓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무브먼트 코치까지 두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의 노력은 꽤 만족스러운 성취를 이뤄낸다. 실존 인물과의 이질감이 점차 잦아든다.

오프닝에서 살짝 보여준 ‘라이브 에이드’ 공연으로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찍는다. 1985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 공연에는 관객 7만2000명이 운집했는데, 당시 실황이 완벽에 가깝게 재현된다. 스크린 속 폭발할 듯한 에너지가 찌릿한 전율을 일으킨다. 3면 스크린을 활용하는 ‘스크린X’로 관람하면 쾌감은 배가된다.

공연 도중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새삼스럽게 가슴을 친다. ‘내가 내일 이 시간에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살아가세요 살아가세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상영관을 나서는 순간, 몹시도 그가 그리워질 것이다. 31일 개봉.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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