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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페미니스트 후보’ 벽보, 세상에 도전하다



지난 6월 벌어진 저 포스터를 둘러싼 소동은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여성 혐오의 시선을 선명하게 드러냈었다. 포스터의 주인공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신지예. 그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는데, 저 사진에서 보듯 그의 벽보나 현수막은 훼손되는 일이 잦았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는 문구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은 낙서를 하거나 벽보를 찢어놓곤 했다.

‘세상을 바꾼 벽보’는 한국 사회에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신지예의 포스터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들려주는 신간이다. 포스터 제작에 참여한 각계각층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고, 신지예를 상대로 진행한 인터뷰도 담겨 있다. 1967년 이후 국내에서 치러진 각종 선거에 출마했던 여성들의 포스터 490장도 만나볼 수 있다.

신지예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 개인이 페미니스트라고 밝히는 것엔 전혀 거리낌이 없지만 녹색당에 어떤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이 심하니까. 오히려 같이 활동하는 당원들이 두려워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페미니즘을 도시 곳곳에 벽보나 현수막 문구로 새겨놓을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으니까요.”

알려졌다시피 신지예는 득표율 1.67%를 기록하며 낙선했다. 하지만 그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권자 수로 환산하면 8만2874명이 그에게 표를 던졌으니까. 당시 선거에서 그는 유력 정치인인 박원순·김문수·안철수 후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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