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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결코 수용할 수 없다” 강력 반발… 대응카드 고심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 등 대법관들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일제 강점기 신일본제철에서 노역한 고(故) 여운택 씨 등 4명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최현규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자국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라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국 대법원 판결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로 한·일 관계 악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이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된 것”이라며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런 입장을 일본 국회에서도 밝혔다.

고노 다로 외무상은 판결 직후 이수훈 주일 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했다. 악수도 청하지 않을 정도로 불만을 드러낸 고노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이나 국민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즉각 필요한 조치를 엄격하게 취하길 바란다”면서 “지금까지 한·일은 미래지향적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해 왔지만, 이러한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 정부가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당시 신각수 대사가 초치된 이후 6년여 만이다.

고노 외상은 면담 후 일본 정부의 항의서도 전달했다. 또 이번 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외무성은 아시아대양주국에 ‘일·한 청구권 관련 문제대책실’을 설치했다. 이 대사는 기자들에게 “일본 정부의 입장을 잘 들었고 한국 정부 입장을 잘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본은 앞으로 ICJ 제소를 포함한 국제 여론전, 주한 일본대사 소환 등 직접적인 외교 압력, 한국과의 경제협력 제한 등 다양한 대응카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일본의 민간기업에 대한 것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압박 조치를 실제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일각에선 일본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대응카드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고노 외무상이 ‘한국 정부의 적절한 조치’를 언급한 것은 대법원 판결 이후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과 후속 조치를 내놓을지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날 일본 언론은 대법원 판결을 긴급 속보로 전하면서 일제히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판결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을 둘러싸고 이뤄진 한국 최초의 확정 판결로, 앞으로 비슷한 소송에서 일본 기업들이 잇따라 패소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은 이날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 일본 정부와 신일본제철이 판결을 받아들일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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