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종합

정부, 사법부 판결 존중하면서 日과 외교 마찰 최소화 과제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은 그간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 정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양 체약(계약체결)국 및 그 국민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강제징용 청구권 문제는 2005년 노무현정부가 청구권협정 관련 외교문서를 공개하면서 부상했다.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위원회는 청구권협정의 효력 범위를 논의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사할린 동포, 원폭 피해에 대한 배상 청구권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강제징용에 대해선 “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 달러는 강제징용 피해보상 문제 해결의 성격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정부는 이번에 나온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면서 과거 입장과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토대로 일본과의 외교 마찰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정부가 30일 이낙연 국무총리 명의의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민관 협의체 구상을 밝힌 것은 완충지대를 찾으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청구권협정과의 관계 등 판결문 전체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요소를 종합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사가 한·일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양국 간 (껄끄러운) 현안이 많지만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일 간에는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 해산 문제도 뇌관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재단을 해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고, 일본은 합의 파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 합의 파기를 묶어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정부 입장이 정리되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해 보인다”며 “대법원 판결과 피해자 구제, 국내 여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한 제3의 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이상헌 기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