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서 나온 물로 식물 기르고 샤워해 볼까

30일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차 연구소에서 열린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참가자들이 작품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왼쪽 사진은 장애물의 제약을 받지 않는 탄성휠로 모빌리티·응용기술 부문 대상을 차지한 ‘나무’, 오른쪽 사진은 수소차에서 발생한 물을 다양한 용도로 재활용하는 ‘숲어카’. 현대·기아차 제공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의 트렁크가 열리고 두 개의 단으로 나뉜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내자 관중의 감탄이 쏟아졌다. 위에서는 수경 식물이 자라고 아랫부분 수족관에선 물고기가 헤엄치는 이 구조물은 ‘아쿠아포닉스’가 적용됐다. 아쿠아포닉스는 양어장에 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 재배하는 순환형 친환경 농법이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수소차의 유일한 배출물인 물을 활용한다. 주행하면서 발생한 물을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아이디어 이름은 ‘숲어카’. 수소차에 샤워기를 연결하자 물이 쏟아져 나왔다. 세차도 가능하다. 간단한 정수장치와 커피머신이 있다면 차 안이 카페로 변신한다.

30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자동차 연구소에선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열려 미래 이동수단에 대한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무대가 펼쳐졌다. 페스티벌은 현대·기아차 R&D본부의 열린 연구문화 조성을 돕고, 연구원들의 열정과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문화활동이다.

기존 ‘모빌리티·응용기술’ 부문에 올해는 미래 이동수단의 다양한 활용법을 고민해볼 수 있는 ‘카 라이프:차량 내 유틸리티’ 부문이 더해졌고 해외연구소도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과 권문식 현대차그룹 부회장 등도 참석했다.

카 라이프 부문 우수상을 받은 ‘숲어카’를 비롯해 12개 팀의 시연이 이어졌다. 카 라이프 부문 최우수상 수상작인 ‘비도 오고 그래서’는 비오는 날 사이드미러와 창문 옆 유리창이 빗물에 가려 시야 확보가 어려울 때 바람으로 빗물을 날려버린다는 아이디어다. 다른 동력은 필요하지 않다. 연구팀은 “비가 오면 무조건 작동시키게 되는 앞유리의 와이퍼 끝에 펌프를 설치해 공기를 모은 다음 이것을 사이드미러 등에 발사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영예의 대상을 차지한 아이디어는 모빌리티·응용기술 부문의 ‘나무’다. 장애물을 만나도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는 탄성휠을 만들어 이를 이륜 개인 이동수단에 적용한 것이다. 시연에서 탄성휠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턱을 넘는 것도 자유자재로 해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최진(30·상용디젤엔진기능시험팀) 연구원의 다리는 지난 6개월간 멍투성이가 됐다. 그는 “바퀴를 만드는 데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쳤는데 넘어지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새벽에 주로 시험했다”면서 “휠체어 등에 적용된다면 교통약자의 편의가 증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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