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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이춘식 할아버지 “처음 재판은 넷이 했는데, 혼자 남았다”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오른쪽)와 고(故) 김규수씨의 부인 최정호씨가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최종 승소판결을 받은 뒤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춘식, 김규수, 여운택, 신천수씨는 1941∼43년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에 강제징용됐다. 유일한 생존자인 이씨는 "혼자 승소 소식을 듣게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처음 재판은 넷이 했는데 이제 혼자 남아서 마음이 슬프고 서운합니다.”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 13년 만의 최종 승소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4)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2005년 처음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는 다른 징용피해자 3명과 함께였으나 이날 홀로 법정에 나와 승소 판결을 들어야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대법원 대법정에서 휠체어에 앉아 판결문을 낭독하는 김명수 대법원장을 담담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쟁점별로 원고 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마다 변호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함께 온 피해자 가족 등이 승소했다고 알려주자 연신 “수고했습니다” “고맙습니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선고가 끝난 뒤 이씨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는 “(다른 원고들이) 같이 선고를 들었다면 엄청 기뻤을텐데 나 혼자 들어 눈물이 난다”며 흐느꼈다.

이 사건 원고 중 이씨를 제외한 여운택, 김규수, 신천수씨는 앞서 작고했다. 김씨는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 숨을 거뒀으나 이씨는 이날 사망 소식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충격을 받을까봐 지인들이 뒤늦게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김씨의 부인 최정호(85)씨는 재판이 끝난 뒤 “조금만 일찍 판결이 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제라도 해결이 돼서 다행”이라고 했다. 선고 이후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배지를 만들어 판매해온 전성현(17)양이 응원 편지와 함께 수익금 100만원을 이씨에게 전달했다. 전양은 “강제징용 사건을 처음 듣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모금 활동에 나섰다”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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