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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라동철] 65년 만의 JSA 비무장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남북 분단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런 JSA가 최근 비무장화됐다. 지난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 당국이 체결한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에 따른 첫 결과물이다. 남북은 10월 1일부터 각자 지뢰제거 작업을 했고 초소를 폐쇄했다. 권총, 소총 등 화기와 탄약을 JSA 밖으로 옮기고 경비 병력은 각각 35명으로 조정했다. 남북과 유엔군사령부는 26일과 27일 양측 지역을 오가며 상호 점검하고 비무장이 충실하게 이행됐음을 확인했다.

JSA가 비무장화된 것은 6·25전쟁 정전협정에 따라 1953년 10월 설정 후 65년 만이다. 유엔군과 북한·중국군은 정전 상태를 관리하기 위해 비무장지대(DMZ) 안에 JSA를 뒀지만 비무장은 문서에서 뿐이었고 실제로는 무장 상태를 유지해 왔다. 남북 간 회담이 열리고, 관광객들이 수시로 찾는 공간이지만 경비 병력들이 실탄이 장전된 화기를 휴대하고 있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곳이었다. 지난해 11월 북한군 병사가 귀순하는 과정에서 북측 경비병들이 수십 발의 총탄을 퍼부었는데 이는 JSA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걸 환기시켜 준 사건이었다.

JSA 비무장화는 이곳이 이제 한반도 평화와 화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선언이다. 유엔사와 남북은 비무장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유왕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연내에, 이르면 다음 달부터라도 자유왕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 JSA에서 근무하는 남북 병력과 군사정전위 관계자들은 당초 양측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1976년 8월 ‘도끼만행 사건’ 이후 상호 출입을 금지하고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분할 경비를 해 왔다.

JSA란 이름에 걸맞게 42년 만에 이뤄지는 자유왕래는 관광객들에게도 적용된다. 판문점이란 제한된 공간이지만 남북이 자유롭게 오가며 소통하는 ‘작은 통일’이 이뤄지는 셈이다. 남북은 군사분야에서 JSA 비무장화 외에도 여러 가지를 합의했다.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훈련 중지,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 DMZ 내 감시초소(GP) 철수 및 유해·역사유적 공동 발굴,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 조성 등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협력을 촉진할 수 있는 조치들이다. 남북과 유엔사가 불신을 극복하고 함께 이룬 JSA 비무장화가 추가적 긴장완화 조치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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