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피카소다운 고전의 해석

파블로 피카소 ‘Mother and Child’. 캔버스에 유채. Art Institute of Chicago


파블로 피카소(1881∼1973) 하면 ‘입체파’가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인간의 눈, 코, 입을 마구 비틀어 괴기스럽게 그린 ‘여인초상’ 등이 워낙 유명하기 때문이다. 피카소는 26세(1907년)의 나이에 ‘아비뇽의 처녀들’을 발표하며 입체주의(큐비즘)를 예고했다. 2차원의 캔버스에 3차원의 대상(인물, 풍경)을 원근법을 살려가며 최대한 그럴싸하게 표현하는 전통적 회화기법과는 달리 큐비즘은 3차원의 대상을 2차원적으로 해체해 표현한다. 기존 미술의 권위에 맞선 이 같은 실험은 무모한 도전이라며 비난받았다. 그러나 피카소는 굴하지 않고 ‘게르니카’ 등 역작을 선보였고, 회화 조각 등 3만여점의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그를 ‘해체의 작가’로만 여겨선 곤란하다. 입체파의 기수인 건 분명하나 그 누구보다 다양한 사조를 넘나들며 변화를 추구했으니 말이다.

피카소가 1921년에 그린 ‘Mother and Child’는 입체파에 빠져들었던 작가가 고전주의 양식에 도전한 작품이다. 1917년 ‘발레뤼스’의 무대미술을 맡아 로마를 찾은 그는 고전시대 조각상과 인물화의 견고한 비례감에 큰 감명을 받았다. 때마침 발레리나 올가와의 사이에서 아들(파올로)이 태어나자 성모자상을 재해석한 12점의 연작을 그렸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이 어머니 품에서 재롱을 떠는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질풍노도의 삶을 살아온 피카소도 이 순간만큼은 순정했을 것이다. 이 그림을 소장 중인 시카고미술관은 최근 소장품(4만4314점) 이미지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하고, 누구나 제한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360점에 달하는 피카소 작품은 물론이고 고전에서 근현대미술까지 다채로운 컬렉션을 세계 예술 팬에게 공개했으니 이제 편안히 향유할 일만 남았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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