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세계는 변화 중] 여전히 뜨거운 미국, “이 운동을 할리우드 여배우 얘기로 끝내선 안 된다”





미투(#MeToo) 운동이 세계를 뒤흔든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을 폭로한 뉴욕타임스의 첫 보도 이후 여성들은 스스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털어놓으며 연대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의 뜨거운 반응은 미국을 뒤흔들었고, 전 세계로 확산됐다.
지난 1년간 미투 운동은 여러 나라에서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변화시키자는 흐름으로 진화했다. 한국 역시 사회 전반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고,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일보는 미국 일본 스웨덴 영국 한국의 사회 변화를 분석한 기획 취재를 통해 미투 운동의 성과와 의의, 남은 과제 등을 조망한다.


미투(#MeToo) 운동의 발원지 미국은 아직 들끓고 있었다. 국민일보가 미투 운동 1주년을 맞아 찾은 워싱턴DC에서도 미투는 여전히 뜨거운 화제였다. 성폭력 피해 공유와 치유로 시작됐던 미투 운동은 이제 미국 내에서 인종과 계층을 뛰어넘는 범사회적 연대로 진화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올해 직장 내 성폭력 피해 지원단체 ‘타임스 업(Time’s Up)’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여성들의 연대를 목표로 한 이 단체는 미투 운동에 대한 미국 시민사회의 첫 응답이다.

지난 1월 설립된 타임스 업은 현재 각계의 모금을 받아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타임스 업이 법률구조기금(legal defence fund)으로 운용 중인 금액은 2206만5600달러(약 253억원)다. 이 자금으로 성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법률 소송 지원을 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추문 폭로 이후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성폭력 피해를 공유하고, 각계의 많은 여성이 동참하면서 이 단체 설립 움직임이 싹트기 시작했다. 히스패닉 여성 농장노동자 70만명으로 구성된 ‘국가농민연맹(ANC)’이 여배우들에게 “우리도 당신들 편에 서겠다”며 공개편지를 보냈고, 여배우들이 저소득층 여성을 성폭력에서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던 시민사회 활동가들을 만나면서부터다.

여배우들은 대중의 지지를 호소하면서 기금을 모았고, 기금에는 유명 스타 오프라 윈프리가 한 연설에서 “때가 됐다”고 한 것에 착안해 ‘타임스 업’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연예계 스타와 노동자, 소수인종,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손을 잡은 것이다.

현재 타임스 업이 지원 상담을 하는 피해 여성은 2500여명에 달한다. 이들 중 40%가량은 소수인종이고, 65%는 저소득층 여성이다. 피해 여성들은 일용직 노동자부터 유통업체 직원, 군인까지 직업도 다양하다.

타임스 업의 기금 운용을 맡은 미 여성법률센터(NWLC) 에밀리 마틴 부회장은 지난 24일 국민일보와 만나 “미투 운동은 성폭력 피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주도하는 운동”이라며 “성폭력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이 운동의 중심이 돼야 한다. 미투 운동을 단지 할리우드 유명 인사 얘기에 그치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지원을 받지 않더라도 생존자들의 이야기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여성의 노동권 보장, 사회 진출 확대 등 목표를 가진 커다란 연합을 형성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타임스 업은 이제 활동 영역을 해외로 확대할 채비를 하고 있다. 마틴 부회장은 국제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조직 ‘타임스 업 글로벌(Time’s Up Global)’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여성 인권운동이 미국 내에서만 국한돼선 안 된다는 취지다.

워싱턴=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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