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으로 바뀐 ‘밤비노의 저주’

미국프로야구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29일(한국시간)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 우승을 확정한 뒤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월드시리즈 MVP로 선정된 보스턴의 스티브 피어스가 MVP 트로피를 두손으로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AP뉴시스


“2018년 현재 21세기 최다 우승팀은 보스턴 레드삭스다.”

2004년 이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말은 현실이 됐다. 1920년 전설적인 홈런 타자 베이브 루스를 트레이드한 뒤 우승을 하지 못해 ‘밤비노(루스의 별명)의 저주’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던 보스턴이 어느덧 우승 단골로 떠올랐다.

보스턴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 LA 다저스와의 5차전에서 5대 1로 승리하고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우승으로 보스턴은 21세기 우승 횟수 공동 선두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3회)를 제치고 최다 우승팀이 됐다.

이날 보스턴은 첫 회부터 선취점을 따내며 갈 길 바쁜 다저스의 발목을 잡았다. 스티브 피어스가 1회초부터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로부터 투런 홈런을 쳤다. 다저스도 데이빗 프리즈가 1회말 선두타자 홈런을 치며 1-2로 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저스가 보스턴 선발 데이빗 프라이스의 역투에 막히는 동안 보스턴은 무키 베츠, J.D. 마르티네즈 등 주축 타자들의 홈런포로 4-1까지 점수차를 벌렸다. 8회초 피어스가 또 다시 홈런을 치며 5-1이 되자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지체 없이 에이스 크리스 세일을 9회말 마운드에 등판시켰다. 세일이 경기를 마무리하며 우승팀이 결정됐다.

최우수선수(MVP)로는 5차전 선제 홈런과 쐐기 홈런의 주인공 피어스가 선정됐다. 피어스는 전날 열린 4차전에서도 3-4로 뒤진 8회초 동점 홈런을 치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뒤 5-4로 앞선 9회초 3타점 2루타를 치며 승부를 결정지은 바 있다. 피어스는 MVP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렸을 적부터 꿈꿔 온 순간이다. 지금의 이 기분을 다른 이들과 나눠 기쁘다”고 벅찬 소회를 밝혔다. 피어스는 지난 6월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보스턴으로 트레이드 됐다. 시즌 중 트레이드돼 월드시리즈 MVP까지 수상한 선수는 1969년 뉴욕 메츠의 돈 클렌데논 이후 처음이다.

아메리칸리그(AL)의 명문팀 보스턴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1918년을 마지막으로 2003년까지 단 1회도 우승하지 못했다. 반면 루스를 데려간 라이벌 뉴욕 양키스는 이후 수십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보스턴은 2004년 양키스를 상대로 AL 챔피언십시리즈에서 3패 뒤 기적적인 리버스 스윕을 해낸 뒤 비원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성공하며 지긋지긋한 저주에서 벗어났다. 이후 보스턴은 2007년과 2013년에도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특히 2012년 팀 분위기와 성적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며 지구 최하위에 그쳤지만 이듬해 곧바 팀을 재정비해 우승까지 차지한 것은 보스턴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편 다저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드시리즈에서 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지구상 최고의 투수’라고 불리던 커쇼는 결국 이번 시리즈에서도 정규리그와 대비되는 부진으로 이름값을 해내는 데 실패했다. 포스트시즌 3경기 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며 오는 6차전에서 명예회복을 노렸던 류현진도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됐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으로서는 지난 월드시리즈 2차전이 다저스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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